1)난치병 줄기세포 치료 허용
- 해외 원정가던 환자들 부담 줄여
2)의료기기 허가 기간 확 줄여
- 혁신제품 80일이면 현장 투입
3)건보공단·심평원 데이터 개방
- 사망자 정보 활용기준 만들어
치료법을 찾아 일본이나 대만 등으로 원정을 떠났던 난치병 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필요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쓰기 위해 직접 분석센터를 찾아 전국을 전전해야 했던 불편도 사라지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년에 걸쳐 현장의 발목을 잡은 낡은 규제들을 뽑아내고 산업 체질 개선에 힘쓴 결과다.
4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첨단재생의료 1호 안건으로 승인된 바이젠셀의 림프종 자가 면역세포 치료제 ‘VT-EBV-N’이 이달 말 환자 투여를 시작한다. 지난해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임상연구에 한정됐던 첨단재생의료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식 품목허가 전에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첫 사례다. 표준 요법이 마땅치 않고 재발 위험이 높은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첨단재생의료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관련법 개정 전에는 중대·희귀·난치 질환에 한해서만 임상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제한됐었는데, 막상 어떤 질환이 해당하는지 법적 정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자들이 임상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국내에서 방법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해외 원정치료에 나서는 기형적 구조도 이어졌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난치질환 82개의 구체적인 명칭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샤르코-마리-투스질환, 구리대사장애 관련 질환, 배체트병 관련 질환 등이 포함됐다.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병원과 기업들이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환자들에게 시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해외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면 이를 치료계획 심의 과정에서 폭넓게 인정해 국내 병원에서도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리나라 첨단재생의료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어 자체적인 임상 데이터 축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성통증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을 대상으로 한 정부 주도 임상연구 과제의 공모 신청 접수가 최근 마감됐다”며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수출도 급증
사상 처음 100억달러 돌파
규제 혁신 기조는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글로벌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한 혁신의료기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최소한의 절차만 거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신의료기술평가 등으로 인해 의료기기 하나가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최대 490일이 걸리던 절차를 80일 수준으로 단축한 것이다.
장기간 심사로 자금 부담을 겪어온 바이오 기업들은 제품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됐고, 의료 현장 역시 혁신 기술을 환자 진료에 보다 신속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신약 개발의 핵심 자원인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도 전환점을 맞았다. 사망자의 의료 데이터는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결과를 장기간 추적하고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기업들은 해당 정보가 안전하게 비식별화된 데이터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고 재식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 그동안 활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복지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합동으로 사망자 정보 활용을 위한 기준을 수립했다. 유족과 관련된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 한 사망자의 의료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율 대상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다. 동시에 개인 식별 방지를 한층 강화한 ‘저위험 가명 데이터셋’ 가이드라인도 개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철저한 개인식별 방지 조치 하에 1단계 시범 사업을 관리해왔다”며 “그간의 현장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해 오는 7월부터 2단계 사업을 본격화하면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데이터 활용의 법적 걸림돌이 제거된 데 이어 물리적 제약으로 발생하던 현장의 불편도 함께 해소됐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강원, 부산 등 전국에 지정된 분석센터를 직접 찾아 전전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월 ‘원격분석 안전성 평가 시범사업’을 가동하면서 연구원들은 본사에서 온라인 접속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이같은 개별 제도 개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차세대 산업 거점이 될 ‘바이오 메가특구’ 조성도 추진한다. 특구 내 기업들에는 맞춤형 규제 완화 방안이 패키지 형태로 적용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임상 참여자가 자택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국내 최초로 허용된다. 이와 더불어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제조시설 구축 가능 면적이 기존보다 3배 확충되면서 대량 생산 체계까지 갖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바이오 메가특구를 중심으로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과감히 도입해 기업의 선제적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을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역량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발목을 잡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K바이오의 성장세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헬스 총수출액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79억달러(약 38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산업의 중추인 제약·바이오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과감한 규제 혁신 기조에 연구개발(R&D) 투자 13% 확대와 58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이 시너지를 내면서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을 뚫어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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