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WC] ‘가장 위대한 언더독’ 카보베르데의 첫 월드컵 여정은 32강에서 멈췄지만…영원히 기억될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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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0번)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32강전을 마친 뒤 GK 보지냐를 비롯한 카보베르데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마이애미|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0번)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32강전을 마친 뒤 GK 보지냐를 비롯한 카보베르데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마이애미|AP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우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40세 베테랑 골키퍼(GK) 조시마르 보지냐(GD 차베스)의 짧고 굵은 소감처럼 카보베르데는 2026북중미월드컵서 모든 걸 쏟아부은 뒤 당당하게 물러났다.

카보베르데는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대회 32강전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3으로 석패했다. 디펜딩 챔피언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강하게 몰아세운 언더독의 투혼에 전 세계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구 58만여 명의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사상 첫 월드컵 출전만으로도 놀라운 성과이지만 그 이상을 해냈다.

매경기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유로2024 우승팀 스페인과 득점없이 비기며 대회 조별리그 H조 여정을 시작한 카보베르데는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 2-2 무승부를 거둔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겨 3무(2득점·2실점), 조 2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전서도 후회없이 싸웠다.

복수국적 선수들을 적극 활용한 전략이 통했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카보베르데의 교민은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포르투갈 이외에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에 큰 공동체를 형성했다.

중원 콤비 데로이·라로스 두아르트 형제는 네덜란드, 윙어 라이언 멘데스는 프랑스 태생이다. 수비수 로베르토 로페스는 카보베르데인 부친을 둔 아일랜드 출신이다. 그 외에 로간 코스타, 자미로 몬테이로 등이 각각 프랑스, 네덜란드서 성장했다. 유럽축구 시스템서 성장한 이들이 첫 월드컵서 기량을 뽐냈다.

특히 수비 조직이 인상적이었다. 보지냐가 리오넬 메시의 5차례 유효슛을 막은 아르헨티나전을 포함한 이 대회 4경기서 18개 세이브를 기록했다. 각자의 구역을 봉쇄한 짜임새있는 지역 방어로 호평받았다. 수비를 잘해야 좋은 성적을 낸다는 축구계의 오랜 공식을 입증한 셈이다.

이 과정서 잔잔한 휴먼 스토리도 등장했다. 월드컵서도 엄격한 이민자 정책을 고수한 미국 정부가 스페인전 무실점 경기를 펼친 보지냐의 어머니가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가족 앞 월드컵 경기’의 꿈을 이루도록 한 것이다. 보지냐는 “슬프지만 우린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떠난다”는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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