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프라카리 WBSC 회장 참관한 가운데
5인제·5이닝 ‘베이스볼 5’ 시범경기 펼쳐
간편한 약식 야구 통해 야구 대중화 포석
북한이 방북 중인 리카르도 프라카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먹야구(베이스볼 5)’ 시범경기를 펼쳤다. 별다른 장비 없이 길거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약식 야구경기를 시작으로 야구 활성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은 프라카리 회장 등 WBSC 대표단이 전날 북측 선수들의 베이스볼 5 시범경기를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프라카리 회장 방북을 계기로 WBSC와 야구·소프트볼 활성화 문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러한 퍼포먼스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스볼 5는 타자의 팔을 배트삼아 고무공을 치고 베이스를 돌아 점수를 내는 5인제·5이닝 약식 야구 경기다. 한국에서 과거 어린이들이 골목에서도 흔히 즐겼던 주먹(손)야구 놀이인 ‘짬뽕(표준어는 찜뿌)’와도 비슷하다. 야구 장비·경기장을 갖추기 어렵거나 야구 대중화가 더딘 아프리카나 유럽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수비 기준으로 선수는 1·2·3루수와 유격수, 미드(외야수 역할)로 구성된다. 야구와 달리 홈런과 도루는 없지만, 나머지 규칙은 대체로 야구와 비슷하다. 자투리 공간과 고무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야구 못지않은 속도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야구 불모지인 북한이 ‘야구의 맛’을 느껴보기엔 제격인 스포츠인 셈이다.
사실상 야구가 없는 나라로 분류된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평양철도국 등 야구팀이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광복 이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다음에는 ‘친미 스포츠’라는 이유로 야구가 사실상 금지됐다.
이후 북한은 야구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야구 육성에 나섰다. 당시 냉전이 종식되며 북한은 물론 다른 공산권 국가들도 야구를 시작했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직장 및 학교팀 등 야구팀들이 전국 32개팀까지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야구에 대한 투자가 약해졌고, 이후에도 사실상 야구에 손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핑퐁외교 같은 북미 야구외교 마중물?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프라카리 회장 방북을 계로 야구 활성화에 다시 손을 대면서 향후 북미대화 재개 국면에서 야구를 매개로 한 ‘스포츠 외교’가 양국 간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을 과거 스포츠 친선경기나 문화교류 등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모색했던 적도 있다.
지난 1991년에는 북한 축구팀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에서 미국 육군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갖기도 했다. 1998년에는 미국 대학농구 선발팀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친선경기를 했다. 북미 양국 선수들이 냉전 해체 시기와 북미대화 재개가 모색되던 때 각각 워싱턴DC와 평양을 방문해 스포츠 외교에 나선 셈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인 야구 활성화에 일정한 성과를 보인다면 양국 간 대화재개 때 과거 미·중 간 ‘핑퐁외교’처럼 ‘야구 외교’가 마중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WBSC를 이끄는 프라카리 회장의 야구 보급 확대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프라카리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야구의 변방에 위치한 국가들을 방문해 야구·소프트볼 확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이란을 방문해 현지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야구·소프트볼 발전의 기회와 장점을 설명하고 지원 및 교육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2014년에 방한했을 때에는 당시 대한야구협회장과 만나 “북한 야구 보급을 위해 서한을 보내고 필요하다면 방문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