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진-냄새로 고통”…금호타이어 화재에 주민들 통증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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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7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2025.5.17 뉴스1

17일 오전 7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2025.5.17 뉴스1
“분진, 연기, 냄새로 아직도 목이 아픕니다.”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기자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승용차들에 마치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화재, 주민들 목-눈 등 통증 호소

1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주불이 약 31시간 40분 만인 오후 2시 50분경 진화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이 해제된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95% 수준이다. 소방 당국은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예열장치(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 더미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

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연간 12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 내부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놓여있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되면 유독 가스 등 연기와 열이 많이 발생해 진압이 어렵다”며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재와 동시에 뿜어져 나온 유해 물질과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피소의 주민 중 53명은 구호센터 의료지원반에서 두통(27명), 목 통증(4명), 눈 통증(2명), 근육통 등 기타(20명)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박모 씨(88)는 “화재 직후 집으로 시커먼 연기가 엄청나게 밀려와 구토를 할 뻔했다. 두통이 심해져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호흡기 손상 등에 대한 정부의 추적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배출된 유해 물질은) 장시간 노출 시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 손상에 의한 호흡 기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방진 마스크 등을 쓰고 외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기를 마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진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했다. 충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보건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HP)은 타이어 공장 화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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