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왜 사요?"…스마트안경, 아직 안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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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에서 공개된 중국 TCL의 스마트글라스 / 뉴스1

CES 2026에서 공개된 중국 TCL의 스마트글라스 / 뉴스1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다시 제품 출시 경쟁이 시작됐다. 기술은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을 귀와 눈앞으로 가져올 만큼 성숙하고 있지만, 무엇을 위한 기기인지에 대한 의문과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스마트안경 출시 경쟁...판매량은 연 700만대 수준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 구글, 삼성전자, 스냅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가형 제품은 화면 없이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음성비서를 갖춘 형태다. 고가형 제품은 렌즈 안에 디스플레이를 넣어 증강현실 경험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메타의 새 스마트글라스 라인은 299달러부터 시작한다. 100달러를 더 내면 고가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제품군의 핵심 매력은 손을 쓰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내장 스피커·마이크다. 화면은 없지만 음성 비서가 탑재돼 있다.

구글과 삼성도 경쟁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같은 안경 브랜드와 손잡고 올 가을 제품군을 내놓을 예정이다. 화면이 들어간 제품은 더 비싸다. 메타의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은 799달러이고, 스냅챗 운영사 스냅이 발표한 스펙스는 2195달러다. 이 제품은 두꺼운 형태 때문에 현실에서 쓰기보다 광고 속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구글과 함께 공개한 AI 글라스 디자인 콘셉트 이미지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구글과 함께 공개한 AI 글라스 디자인 콘셉트 이미지 / 연합뉴스

실리콘밸리는 10년 넘게 스마트글라스를 대중화하려 해왔다. 구글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가 8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판매량은 700만대에 그쳤다. 전 세계에서 연간 1억대 넘게 팔리는 스마트워치, 10억대 넘게 팔리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시장이다. 애플도 자체 스마트글라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시 시점은 불분명하다.

화면 보는 시간 줄이는데...눈 앞에 화면 성공할까

스마트글라스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이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려는 상황에서 화면을 눈앞에 장착하는 발상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를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향하게 되는 점도 사생활 침해 우려를 키운다. 이미 줄어든 개인정보 보호 공간에 대한 공격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내장 인공지능도 논쟁적이다. AI는 사용자의 시야 안에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나무나 동물 같은 대상도 인식한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능이 모든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들어가는 흐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귓속에서 늘 속삭이는 작은 AI 조수가 편리함보다 경고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스마트글라스는 기술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메타, 스냅, 삼성 등의 스마트글라스용 칩을 담당하는 퀄컴 엔지니어 지아드 아스가르는 "언젠가 모든 안경이 스마트글라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얼굴은 소비자 기술기업들이 차지하려는 마지막이자 가장 좋은 신체 공간이라는 뜻이다.

"활용도 아직 낮다"

문제는 대다수 스마트글라스가 정확히 무엇을 위한 제품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이 겉모습만이 아니라 제품이 무엇을 하는지와 관련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현재 시장의 많은 스마트글라스는 목적과 사용 장면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

스냅의 스펙스는 공학적으로는 뛰어난 제품이다. 전투기 조종사 헬멧 수준의 광학장치와 컴퓨팅 기능을 안경테 안에 넣었다. 그러나 문제는 용도다. 스냅 최고경영자 에번 스피걸은 이 제품이 실시간 번역, 길 안내, 이동 중 업무, 공유 컴퓨팅 경험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상 물체를 3차원 공간에 고정하는 진정한 증강현실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이 두꺼운 안경을 실제 공공장소에서 착용해야 하고, 경험을 제대로 공유하려면 친구나 동료도 같은 제품을 써야 한다.

메타는 글로벌 안경 대기업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스마트글라스를 가능한 한 일반 안경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스타일 선택지도 늘리고 있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 앤드루 보즈워스는 최근 출시 행사에서 모든 사람에게 맞는 안경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착용감뿐 아니라 사용자가 세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까지 포함한다는 설명이다.

초기 메타 스마트글라스 사용자는 주로 이어버드 없이 오디오를 듣기 위해 제품을 샀다. 보즈워스는 이제 사용자가 항상 켜져 있는 AI 봇에 접근하고 주변 환경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안경을 구매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글라스의 중심 기능이 오디오에서 AI 비서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틈새 용도로 나뉠 가능성

다만 스마트폰처럼 모두에게 유용한 만능 기기가 되기보다 수많은 틈새 용도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스가르는 조건, 상황, 필요에 따라 다른 스마트글라스가 존재하는 미래가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출퇴근 중 팟캐스트를 듣고 자녀의 전화를 받는 중년 사용자는 이어버드 착용감이 싫어 오디오 전용 스마트글라스를 고를 수 있다.

다른 사용자는 카메라 달린 안경을 통해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가 주변 사람에게 착용시켜 자신의 생활을 촬영하게 하는 식이다. 기술 현장에서는 더 강력한 제품이 쓰일 수 있다. 숙련된 수리 기술자가 풍력터빈의 디지털 복제 모델을 실제 장비 위에 겹쳐 보고, 원격 엔지니어와 같은 화면을 보며 영상 통화를 하는 방식이다.

이런 산업용 사례는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 프런티어.io 같은 회사는 기존 하드웨어 위에서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구현해왔다. 초기에는 태블릿과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스를 사용했고, 이제는 차세대 스마트글라스에 의존하고 있다. 강력한 산업용 스마트글라스는 컴퓨팅, 연결, 배터리 기능을 착용자 주머니 속 별도 장치로 분리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써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 한경DB

지난해 10월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써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 한경DB

엑스리얼의 구글 기반 아우라 글라스는 과거 가상현실 헤드셋이 하던 일을 투명한 안경 형태로 수행한다. 무게는 기존 헤드셋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제품은 멋있어 보일 필요도, 하루 종일 착용할 액세서리일 필요도 없다. 책상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처럼 꺼내 쓰는 도구에 가깝다.

구글의 증강·확장현실 제품관리 책임자인 저스턴 페인은 "단일 제품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시대가 곧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인 시간표 안에서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하나의 기기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스마트글라스 시장이 스마트폰식 대중 시장보다 용도별·직업별·상황별 시장으로 갈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스냅은 사용자가 추가 기능을 원한다면 두꺼운 안경 착용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얼굴에 쓰는 컴퓨터는 스마트폰처럼 길고 어색한 성장기를 허용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얼굴 위 기기는 더 빠르게 가볍고 자연스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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