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매출은 매년 줄고 있지만 코라빈(와인 보관 기기) 매출은 되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반적 음주 습관이 '덜 마시되 더 좋은 술을 즐기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에비뉴엘 클럽 코라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라빈 설립자 그레그 람브레트 대표(사진)는 "와인 애호가로서 와인의 가장 큰 단점은 개봉하면 한 번에 한 병을 전부 마셔야 된다는 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코라빈은 와인 보존 장치다. 국내에선 종합주류기업 아영FBC가 공식 수입한다. 코라빈 제품은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지 않고 비활성 가스를 주입해 오픈한 와인의 수명을 늘려준다. 코르크 마개를 딴 와인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금세 맛이 변한다는 점에 착안, 와인을 전부 오픈하지 않고 마시는 법을 고안해 만든 장치다.
람브레트 대표는 코라빈 ‘타임리스 식스 플러스’를 활용해 직접 시연해보였다. 타임리스 식스 플러스는 코라빈 최상급 모델이다. 코라빈의 특허 기술로 얇은 바늘로 코르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와인을 추출한 뒤 병 내부에 비활성 가스를 주입, 산소 접촉을 차단했다. 병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도 잔에 와인이 천천히 흘러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와인병을 기울이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사용법도 간단하다.
와인은 따는 순간 급격히 산화돼 보관이 어렵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제품을 개봉하면 보통은 하루 안에 마시길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개봉 후 오래 보관해도 3~5일, 풀바디 레드와인은 최대 한 주에 불과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회당 평균 음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적 와인 용량 750mL는 많은 편이다.
람브레트 대표가 코라빈 개발에 나선 계기도 이 같은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어려서부터 와인이 가진 무한한 다양성에 매료됐지만 한 번 개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화되는 와인의 특성상 여러 종류를 한 번에 즐기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내가 아기를 가지면서 실제 제품 생산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브레트 대표는 "아내와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임신으로 함께 마실 수 없게 돼 혼자 전부 마시거나 남기는 일이 잦았다"며 제품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선 코라빈이 한 병의 와인을 시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와인 보존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임리스 식스 플러스에는 시스템 본체, 질소 캡슐, 에어레이터, 스크루 캡, 운반용 케이스가 포함된다. 와인을 처음 맛본 상태로 그대로 최대 3년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다는 게 람브레트 대표의 설명이다.
간담회에서는 코라빈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트도 진행됐다. 간담회에 모인 기자들은 ‘파이퍼 하이직 뀌베 브뤼’ 3잔 중 코라빈으로 3주 전 개봉한 와인을 알아맞히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서 정답을 맞힌 이는 20명 중 5명에 불과했다. 람브레트 대표는 "코라빈은 좋은 와인을 오래 두고 천천히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코라빈은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6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슐랭 레스토랑은 물론 일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와인을 소량으로 즐기려는 수요와 ‘혼술’을 즐기는 추세와 맞물려 빠르게 개인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는 업장 중심 수요가 대부분이지만 개인 소비자 수요가 점차 늘어나며 업장 80%, 소비자 20% 수준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람브레트 대표는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억 달러에 달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