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한국체대 공연예술학과 교수] 창작집단 고블린파티가 선보인 신작 ‘Boo Boo’(부부, 6월 26~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지경민과 이경구가 안무와 출연을 맡은 2인무로, 캠핑이라는 소박한 일상을 통해 부부라는 삶의 동행을 유쾌한 몸짓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2007년 창단한 고블린파티는 연극성과 놀이성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일상을 자신들만의 무대 언어로 풀어내왔다. 이번 작품에서 우비를 입고 짐을 옮기고, 텐트를 세우고, 장작을 나르는 소소한 행위는 단순한 생활의 재현이 아니다. 고블린파티는 사물의 물성과 생활의 소리를 신체의 파동과 결합해 시간이 관계에 스며드는 과정을 춤으로 빚어낸다.
공연은 우비를 입은 두 사람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품은 채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된다. 우비는 비를 피해 몸을 감추는 의상이 아니라 움직임을 촉발하는 또 하나의 신체가 된다. 몸과 우비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마찰음은 리듬으로 번지고, 움직임의 방향은 소리를 따라 흘러간다. 부피감 있는 우비와 시야를 가리는 모자는 부부 사이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가시화한다. 하지만 안무는 감정을 설명하거나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몸의 질감과 리듬만으로 두 사람 사이에 남겨진 미세한 틈과, 오랜 시간을 지나며 말보다 먼저 반응하게 된 관계의 결을 섬세한 움직임으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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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극 ‘Boo Boo’의 한 장면(사진=장재훈 사진작가). |
부부가 나란히 앉아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엮어 직물을 완성하듯 이어내는 발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두 몸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엇갈리던 몸이 조금씩 서로를 받아들이고 조율해 가는 과정은 관계의 깊이가 몸의 호흡으로 체화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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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극 ‘Boo Boo’의 한 장면(사진=장재훈 사진작가). |
장작 장면은 이러한 움직임의 원리를 가장 밀도 있게 확장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장작을 주고받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뒤, 무대 밖에 있는 장작을 가져와 같은 지점을 향해 던진다. 장작을 건네고, 나르고, 던지는 모든 움직임의 순간은 서로의 호흡과 타이밍이 빚어낸 훌륭한 안무가 된다. 누구 하나 앞서거나 늦지 않는 몸의 리듬은 반복된 노동을 춤으로 전환시킨다. 장작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두 사람이 축적해 온 시간을 상징하는 매개가 된다.
차곡차곡 쌓이던 장작은 어느 순간 던져지고 흩어지며, 삶이 질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환기한다. 장작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울려 퍼지는 둔탁한 파열음과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은 관객에게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반복과 우연, 불안이 공존하는 삶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텐트 안으로 사라진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 기척과 들썩임만을 남긴다. 그 여운은 저마다의 삶 속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어긋나던 두 사람은 어느새 같은 공간에서 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함께 살아내 온 시간을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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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극 ‘Boo Boo’의 한 장면(사진=장재훈 사진작가). |
‘Boo Boo’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호흡을 맞추어 가는 일임을 담담한 움직임과 밀도 높은 장면 구성으로 보여준다. 일상의 인과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 몸짓과 그 간격이 빚어낸 여백은 관객을 사유의 순간으로 이끌며, 삶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삶은 서로의 리듬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빚어지고 변주되며, 그렇게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는 조용한 깨달음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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