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이란 전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6만4000~7만4000달러의 박스권을 견조하게 지키면서 안정적인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신기루와 같은 ‘취약한 균형(fragile equilibrium)’일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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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주요 가격대별 콜옵션과 풋옵션 미결제약정 추이 |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6일(현지시간) 내놓은 주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최근 잠잠한 가격 흐름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하방 위험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가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레이더들은 점점 더 큰 폭의 추가 하락에 대비하는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옵션시장에서는 내재변동성과 실현변동성 사이의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내재변동성은 48~55%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실제 가격 변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런 괴리는 현물 시장이 차분해 보이는 와중에도 트레이더들이 하락 위험에 대비한 보호 수단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중요한 요인은 현재 가격 바로 아래 구간에 있다는 게 비트파이넥스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기준으로 6만8000달러 아래에서 이른바 ‘네거티브 감마 환경(negative gamma environment)’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구간에서는 하방 보호 상품을 매도한 시장조성자들이 익스포저를 헤지하기 위해 가격 하락 시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도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파이넥스는 “이 같은 역학은 완만한 하락을 더 가파른 움직임으로 바꿀 수 있다”며 “가격이 떨어질수록 헤지 목적의 매도가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며, 일종의 ‘자기강화적 피드백 루프(self-reinforcing feedback loop)’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물 수요가 약해지고 시장 참여가 줄어들면서, 점점 얇아지는 매수 기반이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구조는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비트코인이 6만달러선까지 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2억4700만달러가 넘는 롱 포지션 청산이 발생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포지셔닝이 완전히 초기화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없었음에도 시장 구조는 확신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강하게 한 방향에 베팅하고 있지는 않지만, 꼬리위험(tail risk)을 무시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박스권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때 꾸준한 수요원이었던 기업 재무 차원의 매수 활동도 크게 줄어들었다. 스트래티지(MSTR)와 같은 기업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매집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한발 물러서거나 오히려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는 마라톤(MARA)의 눈에 띄는 매도도 포함된다. 이 같은 변화로 시장은 광범위한 매집세보다는 소수 참여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동시에 현재 가격 위에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쌓여 있는데, 특히 7만4000달러 부근이 그렇다. 더 높은 가격대에서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반등 시 탈출하려 하면서 상승 폭을 제한하고 박스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을 종합하면, 현재 비트코인의 차분한 흐름은 강세의 신호라기보다 일시적인 균형에 가깝다. 수요가 약해지고 파생상품 시장의 포지셔닝도 점점 취약해지는 가운데, 시장은 가격 움직임만으로 보이는 것보다 갑작스러운 하락에 더 크게 노출돼 있을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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