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값 누가 낮췄나"…제이알글로벌리츠, 8월 영국 법원 판단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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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조작'' 의혹
"JLL 보고서, 편향성·외부압력 가능성" 주장
캐시트랩 통보 후 자금조달 환경 급격 악화
영국 법원, 신속심리 허가…8월 재판 분수령

  • 등록 2026-06-15 오후 6:43:04

    수정 2026-06-15 오후 6:43:04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자산인 '파이낸스타워'를 둘러싼 감정평가 논란이 영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파이낸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이 행사됐다고 판단하고 영국 상사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8월 예정된 영국 법원의 판단이 파이낸스타워를 둘러싼 논란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조작' 의혹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관련 감정평가 조작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영국 상사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영국 상사법원은 지난 5일 열린 심리에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신속심리 신청을 최종 허가했으며,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초 진행될 예정이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영국 상사법원(Commercial Court)은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 퀸즈벤치(King's Bench) 부서의 하위 전문 법원으로 국제 무역, 금융, 해상 및 보험 관련 대형 상사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 최고의 소송 기관 중 하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지난 2020년 8월 상장한 해외형 리츠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모(母)리츠로서 자(子)리츠 주식에 투자했다. 또한 자리츠는 해외 부동산 또는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지 법인의 증권에 투자했다.

자(子)리츠로는 '제이알제26호'와 '제이알제28호'가 있다. 제이알제26호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랜드마크 건물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에 투자하고 있고, 제이알제28호는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 '498 세븐스 에비뉴'를 기초자산으로 갖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제기한 이번 소송의 핵심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인 존스랑라살(JLL)이 작성한 감정평가 보고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이 제출한 감정평가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JLL은 파이낸스타워 자산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편향된 평가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JLL 보고서가 임차인 재계약 리스크를 과도하게 반영했고, 현 임차인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신규 임대 시 발생할 공실과 인센티브 비용을 과다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핵심 가정은 시장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으며 외부 압력에 의해 설정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감정평가를 직접 수행한 JLL가 아닌 대주단 측 대리금융기관인 CBRE 론 서비스(CBRE Loan Services)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했고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유럽 현지 대주단 일부가 감정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평가 결과를 근거로 현금유보(캐시트랩) 이벤트 발생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시트랩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투자자에게 배당되지 못하고 대주단 통제 아래 묶이는 조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담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그 자산에서 발생한 잉여 현금흐름은 배당이나 신규 투자에 쓰이지 못하고 채권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게끔 묶어두는 것이다.

영국 소송 진행 현황 보고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영국 법원, 신속심리 허가…8월 재판 분수령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당 조치 이후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현지 대주교체, 긴급 운영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단기간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기초자산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단기적 '금융 미스매치' 및 캐시트랩 발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캐시트랩 발생 자체는 자금 유출을 통제하는 장치일 뿐, 그 자체로 기한이익상실(EOD)이나 즉각적인 담보권 실행(임의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는 현지 대주단이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를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달성된 것이 아니므로 임의로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긴급운영자금 조달 등 신규 자금을 통해 사채의 원리금 상환 재원을 최우선으로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채권자들과 채무조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개시를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와 회사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ARS 기간 동안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금지되며, 이 시간을 활용해 회사가 주요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경영 정상화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ARS 기한은 당초 이날(15일) 만료 예정이었다. 다만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추가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기간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일반적인 ARS 프로그램은 최소 3주에서 최대 3개월까지 진행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영국 현지 소송 진행상황과 채권단 협의 진척 상황에 따라 향후 기간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일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 명령에 따라 이달 말까지 피고(대주단 대리인) 측이 선임한 감정평가 전문가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다음 달 초에는 양측 간 조정 절차도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개별 자산 분쟁을 넘어 해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대주단 영향력 문제를 둘러싼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향후 재판과 조정 절차에서 최대한 신속하고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 예정된 영국 법원의 판단이 파이낸스타워를 둘러싼 논란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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