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에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10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하려고 대출을 끌어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그런데 빚 100만원조차 갚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당장 하루하루가 살길이 막막해 빚을 지고 소액도 갚지 못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32.2%에서 올해 3월 말 39.4%까지 높아졌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한 정책금융이다.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고 2년 안에 갚도록 하는데, 10명 중 4명은 못 갚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장 100만원이 급할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다른 면이 보인다. 연체율이 39.4%라는 건 반대로 차주 60%는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어떻게든 빚을 갚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70대 요양보호사 A씨는 병원비가 필요했지만 신용회복 중이라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지인 소개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을 알게 됐고 치료비를 마련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고 한다. 또 원리금을 다 갚으면 500만원 한도 금융취약계층생계자금 이용 자격이 생기고, 상환 이력을 더 쌓으면 은행권 징검다리론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뻔한 사람이 1금융권까지 금융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크레디트 빌드업’이다.
정부는 연일 채무탕감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과도한 빚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채무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이 ‘얼마나 탕감해주느냐’에만 집중하는 건 문제다. 그러다 보니 탕감에 소극적인 기관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힘든 상황에서도 빚 갚으며 재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가려진다.
한 사회의 서민금융정책 수준을 보여주는 건 채무탕감 실적 자체가 아니라 제도권 금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해뒀는지다. 크레디트 빌드업 정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도록 정교해졌으면 한다. 100만원이 절박했던 사람이 다시 은행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앞으로 많이 듣고 싶다.
[김혜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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