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극우 거야 주도 하원서 의결
佛 재정적자 EU 평균의 2배… 국가부채 남유럽 PIGS보다 악화
극좌, 마크롱 대통령 탄핵도 거론… 극우 르펜은 “의회 해산” 요구
● 佛 재정적자 EU 평균 2배
이날 프랑스 하원은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쳐 불신임을 의결했다. 재적 574명(3명 공석) 중 558명이 투표에 참여해 불신임 364명, 신임 194명으로 불신임 가결 정족수(288명)를 넘겼다. 하원을 이끌고 있는 좌파연합(LFI), 극우 국민연합(RN) 등 거야(巨野)뿐만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 범여권 ‘앙상블’이 찬성표로 맞섰지만 불신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바이루 총리는 국방 제외 정부 지출 동결, 공휴일 이틀 축소 등을 통해 440억 유로(약 6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 갈등을 빚어 왔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로 유럽연합(EU) 평균(3%)의 약 두 배다. 국가 부채는 GDP의 113%로, 프랑스 국민이 1년간 번 돈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해도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린 스페인(약 104%)이나 포르투갈(약 96%)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루 총리는 의회 신임 투표 전 연설에서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이 있지만 냉혹한 현실은 지울 수 없다”며 “이미 과도한 부채 부담은 더 무겁고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과 노동계의 줄파업 예고 속에서 바이루 총리의 긴축안은 폐기됐다.
● 巨野 공세에 코너 몰린 마크롱 집권 2기 들어 네 번째로 총리를 잃게 된 마크롱 대통령은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연금개혁 여파로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가 사임한 데 이어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 등이 긴축 재정 이슈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 없이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대 야당은 순순히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좌파 연합 내 온건 세력인 사회당과 녹색당은 좌파 출신 총리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소셜미디어 X에 “다음 총리는 좌파 연합 출신일 수밖에 없다. 총선 1년 만에 프랑스 국민의 표를 존중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프랑스 정치권에서 양대 산맥을 이뤘던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TF1방송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는 정의가 필요하다. 이제 좌파가 통치할 때”라고 말했다.
좌파 연합 내 극좌 성향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고려하고 있다. LFI 마틸드 파노 의원은 “우리는 동일한 정책을 계속할 또 다른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국가가 직면한 문제는 국민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의 퇴진”이라고 했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던 RN 마린 르펜 의원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인 만큼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해 2027년 차기 대선의 기반을 닦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르펜 의원은 의회 신임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 “대통령의 사임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법적, 정치적, 도덕적으로 (의회) 해산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말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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