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외인이라던 콜 어빈(두산 베어스)이 이젠 사고뭉치가 됐다.
어빈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2.1이닝만에 조기 강판됐다. 어빈의 책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최종 성적은 2.1이닝 4피안타 7사사구(4볼넷 3사구) 1탈삼진 8실점이 됐다.
올 시즌 5이닝 미만을 던진 사례가 없었던 어빈의 최소 이닝(2.1이닝) 투구인 동시에 최다 실점(8실점) 경기이기도 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 처음 온 이후로 겪은 어빈의 최악의 하루였다.
하지만 경기 도중 중계 카메라에 잡힌 어빈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더 최악이었다.
4-6으로 뒤진 3회초 1사 2루에서 어빈은 천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박정배 두산 투수코치가 포수 양의지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러자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이었던 어빈은 박 코치가 교체를 지시하자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박정배 코치와 주장이자 주전 포수인 양의지를 양쪽 어깨로 각각 밀치면서 그 둘 사이 뚫고 더그아웃으로 향한 것이다. 이어 어빈은 자신이 갖고 있던 공도 다른 야수들에게 넘겨 주지 않고 마치 공을 패대기치듯이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해당 상황은 중계화면에 생생하게 노출됐고, 잠실구장의 가득 메운 팬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졌다. 어빈이 지나간 이후 박 코치와 양의지가 당황한 듯 멈춘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행동이다. 물론 투수가 부진한 투구 끝에 교체되거나, 타자가 삼진을 당하거나 판장 등에서 아쉬운 결과가 나오면 그 화를 표출하는 경우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보통 승부욕이 발현된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동료를 대상으로, 특히 투수가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포수나 코칭스태프에게 이런 방식으로 화풀이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더그아웃이나 클럽하우스 내부 등이 아닌 마운드 위라는 매우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는 사례는 많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어빈의 이런 사고적인 돌발 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내용들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3월 28일 잠실 삼성전서도 어빈은 상대했던 타자 박병호와 마찰을 빚었다. 당시 어빈은 상대 팀인 박병호에게 강한 어필을 해서 불필요한 마찰을 빚었다. 다음날 어빈은 “한국의 문화를 배우겠다”며 삼성 더그아웃을 찾아가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3회 초 1사 1,2루에서 6실점을 한 이후 교체된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과다. 하지만 어빈 스스로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이다.
역대급 ‘외인’이 될 것이란 기대는 아직까진 이뤄지지 못한 모습이다.
어빈은 올 시즌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만 거의 선발 투수로 28승을 거둬고 지난해까지 빅리그 로스터에 꾸준히 포함된 현역 빅리거 출신이란 점에서 두산에 합류하기 전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실제 어빈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며, 2019년 필라델피아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다.이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 등을 거쳤으며 빅리그 통산 134경기(593이닝)에서 28승 40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4를 마크했다. 특히 어빈은 지난 시즌에도 29경기(111이닝·선발 16번)에 출격해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써낸 현역 메이저리거였기에 두산으로 합류한다는 소식 역대 최고의 외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어빈은 11일 2.1이닝 8실점으로 크게 무너지기 전까지 8경기서 5승 2패 평균자책 2.77을 기록하며 에이스를 기대한 두산 팬들의 기대치를 충분히 채워줬다. 최근 들어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지만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기에 확실한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어빈이 계속해서 자신의 부진이나 감정이 상한 원인을 타인에게만 돌리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언제든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도 있다. 어빈은 자신에게 씌워진 사고뭉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