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체험학습,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큰다[내 생각은/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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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객석에 제자들과 나란히 앉았다. 교외 체험 활동으로 찾은 ‘토요콘서트’에서 지휘자는 베토벤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물었다. “베토벤은 테토남일까요, 에겐남일까요?” 객석에 웃음이 번지자 학생들의 시선도 무대로 모였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 3악장에 접어들자 아이들의 고개가 하나둘 기울었다. 누군가는 꾸벅꾸벅 졸았다. 하지만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잠든 경험조차 그 나이에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무대의 긴장감과 오케스트라의 실제 음향은 교실에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나 역시 학창 시절 학교에서 함께 본 공연과 영화, 수학여행을 교실 수업보다 선명하게 기억한다. 인터미션 뒤 교향곡 9번 ‘합창’의 익숙한 선율이 흐르자 학생들은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귀갓길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한층 활기차졌다. 공연장에서 흡수한 감각과 에너지가 몸에 남은 듯했다.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더 많이 자라고 회복된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학교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솔 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 개인이 형사 처벌과 소송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민원과 소송의 위험 속에서 교사에게 사명감만으로 무한 책임을 감내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숙박형 체험 학습을 포기하거나 아예 교문 밖을 나서지 않는 학교도 늘었다.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교육보다 방어가 앞설 때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이 떠안는다. 교육은 전기밥솥보다 불 조절을 해야 하는 냄비밥에 가깝다. 예측하기 어렵고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깊은 배움이 만들어진다. 학생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다. 철저한 예방과 준비도 필수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100% 보장되는 안전은 없다. 교사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고 제도적 안전망과 사회적 신뢰를 마련해야 한다. 가스불 앞을 지키는 장인처럼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가 그 불 앞을 함께 지켜줘야 한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내 생각은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이문영의 다시 보는 그날 이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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