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73만여㎡ 부지 위에 자리한 GM 한국사업장 창원 공장은 멀리서서는 거대한 철제 상자들의 집합체로 보인다. 정문을 통과해 공장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규모가 실감 난다. 축구장 100개를 훌쩍 넘는 면적에 임직원 약 3500명이 일하는 이곳은 매년 28만대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만들며 3년 연속 국내 완성차 수출량 1위를 지키고 있다.
1991년 문을 연 공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9000억원 규모 투자와 몇 년에 걸친 설비 전환이 있었다. 2019년 착공한 신규 도장공장이 2021년 준공됐으며 같은 해 프레스·차체·조립 공장의 대규모 설비 전환이 시작됐다. 그리고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창원 공장은 GM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략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현장 관계자는 차체 공장 입구에서 "160~170명이 이 공장에서 근무한다"고 설명했지만 막상 내부로 발을 들이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철제 구조물 사이를 누비는 건 사람이 아니라 605대의 산업 로봇이었다. 용접 공정 전체가 100% 자동화돼 있다. 작업자 안전을 고려한 설계로 근로자 친화적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로봇 팔이 불꽃을 튀기며 차체 패널을 접합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지만 그만큼 사람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체감하는 풍경이기도 했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건 '빈 피킹'(bin picking) 기술이었다. 박스 안에 뒤죽박죽 쌓여 있는 부품들을 누가 일일이 정렬하나 싶었는데 로봇이 처리했다. 로봇 팔에 달린 3D 비전 카메라가 부품의 위치와 방향을 스스로 인식하고 정확하게 집어 올려 공정에 투입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이 기술은 무작위로 쌓인 부품을 사람 손 없이 처리한다. 카메라가 눈이 되고, 로봇이 손이 되는 셈이다.
조립 공장으로 이동하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차체 공장이 로봇의 공간이었다면, 조립 공장은 사람과 기계가 함께 일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인상적인 건 역시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VAC'(Vertical Adjustment Carrier) 시스템이었다. 컨베이어 위의 차체가 각 스테이션에 도착할 때마다 높이가 조절된다. 천장 너머 엔진룸을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에서는 차체가 낮아지고, 하부 작업이 필요할 땐 높아진다.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발끝을 세울 필요가 없다. GM 공장 중 전체 공정에 오류방지시스템을 도입한 첫 사례가 이 창원 공장이다.
타이어 장착 공정은 또 달랐다. 일반적으로 타이어 같은 대형 부품을 조립할 때는 라인을 잠깐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창원 공장의 로봇 설비는 라인이 움직이는 상태 그대로, 자동으로 타이어를 들어 올려 체결까지 한 번에 처리했다. 멈춤 없이 흘러가는 라인 위에서 로봇이 차체를 따라가며 볼트를 조이는 모습은 생산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
스탬핑 공장에서는 5250t급 탠덤 프레스가 한 번의 스트로크에 4개의 패널을 동시에 찍어낸다. 비전 시스템과 카본 T-빔 시스템이 적용돼 정밀도를 높였다. 도장 공장은 3개 층, 8만㎡ 규모로 시간당 60대, 연간 28만대를 처리한다.
'단일 차종 집중 생산'을 이어가는 창원 공장은 올해 트랙스 크로스오버 누적 생산량 1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창원 공장을 떠난 이튿날, 차로 20여 분 거리의 마산 가포신항을 찾았다. 공장에서 완성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최종적으로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다. 항구에 정박한 4500~4700대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자동차운반선에 트랙스들이 줄지어 올라타고 있었다. 이 배의 목적지는 미국. 북미 주요 항만을 거쳐 미국 소비자에게 닿는다.
손용준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선 북미팀장은 "마산에서 선적해 북미 주요 항만으로 운송하는 항로를 담당하고 있다. 오늘 출항하는 선박도 트랙스를 가득 싣고 미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마산 가포신항이 GM 한국사업장의 수출 거점으로 자리 잡은 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조흥제 마산 가포신항 운영본부장은 "2016년만 해도 GM 한국사업장의 수출 물량은 연간 약 10만 대 수준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GM의 글로벌 전략 모델로 낙점된 이후 급격히 달라졌다. 지난해 선적 기준 25만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연간 30만대 선적을 바라보고 있다. 10년 사이 물량이 세 배로 불어난 셈이다. 조 본부장은 "현재 GM 한국사업장 물량이 마산 신항 전체 물동량의 55%를 차지한다"며 "항만의 핵심 축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로 '유기적 시스템'을 꼽았다. 창원 공장에서 최적의 타이밍에 생산된 차량이 항만으로 넘어오고, 선사의 운송 스케줄과 빈틈없이 맞물려야 전 세계 고객에게 막힘 없이 닿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직접 본 광경이 이를 입증했다. 전날 창원 공장 조립 라인 끝에서 완성됐을 그 차들이 한 대씩 차례로 선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항만의 선적 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창원 공장은 미국 수출을 위한 전략 기지, 마산 가포신항은 GM 글로벌 수출 허브로 이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창원(경남)=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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