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걷는 부처'의 국중박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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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서 국내 첫 ''태국미술명품전''
8개 팔 가진 힌두신 등 239점
AR 가면극 체험 등 즐길 거리도
오늘 개막… 30일까지 무료 입장

  • 등록 2026-06-23 오전 5:30:00

    수정 2026-06-23 오전 5:30:0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태국에서 ‘우아한 자세’(빵리라)라고 불리는 ‘걷는 부처’는 태국 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청동으로 제작됐음에도 우아한 운동감과 가볍게 날리는 옷감이 돋보여 태국 공예의 높은 수준을 가늠케 한다. 8개의 팔과 원뿔 모양의 관을 쓴 ‘하리하라’는 힌두교의 두 최고신인 비슈누와 시바가 결합한 형상이다. 수코타이 시대 힌두교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걷는 부처’를 살펴보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언론공개회에서 이 두 작품을 주요 전시품으로 소개했다.

유 관장은 “태국 미술의 이국적인 아름다움, 우리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사상이 반영된 문화를 만날 수 있다”며 “친숙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태국의 역사와 미술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국내 첫 전시다. 방콕국립박물관을 비롯한 태국 전역의 국립박물관 21개 기관이 참여했다. 조각·회화·공예 등 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239점을 선보인다.

태국은 한국 내 거주 외국인 수 2위를 차지하고 음식과 관광 등을 통해 친숙한 나라지만, 정작 역사와 미술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시는 관람객이 태국의 역사를 처음 접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대기적 순서를 따라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언론공개회에서 특별전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1부 ‘태국 이전의 태국’에서는 타이족 왕국이 등장하기 전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했던 시기를 조명한다. 정교한 청동기와 토기, 인도에서 온 장신구, 지중해 지역의 로마식 램프 등을 통해 이 지역이 일찍부터 동서 문명이 만나는 교류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2부 ‘타이 왕국의 영광’에서는 13세기 이후 수코타이·란나·아유타야 왕국의 고전 문화를 종교와 무역, 왕권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살펴본다. ‘걷는 부처’를 비롯해 인근 국가로 수출되기도 했던 ‘상칼록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17세기 동남아시아의 국제도시로 번성한 아유타야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3부 ‘왕실과 불교의 나라’에서는 178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라따나꼬신(방콕) 왕조의 미술을 왕실과 불교라는 두 축으로 조명한다. 태국 전통 가면극 ‘콘’(Khon)의 가면, 화려한 금속 공예품을 비롯해 사원에 걸렸던 불화를 통해 태국인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불교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은 태국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옛 사원의 붉은 벽돌과 왕궁 회랑의 장식을 재해석해 구성했다. 태국 역사와 문화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탐색하는 디지털 키오스크와 힌두교 서사시 ‘라마끼안’을 주제로 한 콘 가면극 증강현실(AR)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언론공개회에서 ‘하리하라’가 전시돼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개막일인 23일부터 30일까지는 무료 관람 행사가 진행된다. 이 전시의 불교미술품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순회전은 오는 10월 4일부터 12월 4일까지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태국 문화부 예술국과 오랜 협력을 바탕으로 태국 내 21개 박물관·미술관의 작품을 대거 선보일 수 있었다”며 “이는 태국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오늘날 이번 전시가 문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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