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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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포판=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포판=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2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주축인 역대 최강 전력이란 평가 속에 이런 참담한 결과가 벌어졌다. 일차적인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백서에서 “변화 없는 전술과 다양한 경기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부재”를 패인으로 꼽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 한국 축구의 몰락은 감독 개인을 넘어, 축구협회 전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홍 감독은 2년 전 선임될 때부터 불공정 특혜 시비로 논란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홍 감독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면담한 뒤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고, 이사회는 사후 추인만 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게 당시 감사 결과다. 특정 대학 출신들이 협회의 요직을 독점하면서 ‘카르텔’을 형성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불공정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축구협회가 감독 선정 절차를 무력화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도 정 회장이 독단적으로 뽑았다가 재택 근무 등 논란으로 경질되자 막대한 위약금만 물어준 바 있다. 축구협회는 이런 실패를 겪고도 이미 12년 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던 홍 감독을 또다시 밀실에서 재선임한 것이다. 감독 추천권을 가진 전력강화위원회 역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로 검토할 만한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감독을 다수결로 뽑는 일까지 있었다는 내부 폭로도 나왔다.

이 지경이 되도록 축구계의 내부 자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체부가 정 회장에 대해 축구협회에 중징계 요구를 했고,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정 회장은 지난해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외부 비판에 귀를 닫은 축구협회의 오만함에 축구인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과 냉소가 팽배해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서 듬성듬성한 관중석이 그런 징표였다.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한국 축구 생태계 전체를 지탱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의 참담한 탈락은 한국 축구의 심각한 위기 신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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