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식 국회의장은 17일 제헌절 경축식에서 “이번 22대 국회 내에 10차 개헌을 매듭지을 것을 제안한다”며 개헌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서둘러 개헌추진기구를 출범시키고 내년 공론화를 거쳐 개헌안 뼈대를 완성하자는 제안이다.
그간 개헌론이 번번이 좌초한 것은 민주주의 토대인 상호 관용과 절제를 잃은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서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내란 옹호 정당” “헌정 파괴 세력”이라며 청산의 대상으로 여긴다. 서로를 정당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못하면 개헌 협상 테이블부터 차리기 어렵다.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이 헌법 전문을 고치는 개헌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국힘이 불참해 ‘투표 불성립’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국회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의 장점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절제력을 잃은 거대 여당은 수의 우세를 앞세운 입법 독주를 되풀이했다. 야당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기보다 무조건 반대로 맞서는 일이 반복됐다. 정치권의 관용과 절제 없이는 고도의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개헌은 불가능하다.1987년 개헌은 우리 헌정사상 첫 여야 협상에 의한 ‘합의 개헌’이었다. 당시 정치권의 견해차는 컸지만, 합의 개헌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했다. 집권 민주정의당과 제1야당인 통일민주당이 ‘8인 정치 회담’을 열고 돌파구를 마련한 뒤 원내 4당이 참여한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됐다.
올해 2월 국회사무처 여론조사에서 국민 68.3%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과거 ‘통법부’로 불렸던 국회는 87년 체제에서 권한을 크게 키웠다. 하지만 정당들은 합의와 토론보다는 힘겨루기에 더 주력했고, 관용과 절제보단 자기 진영 지지층에 의존한 정치에 빠져들었다. 그 바람에 큰 정치력이 필요한 헌법 개정이란 과제에 접근도 못 하고 있다. 이젠 정치가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39년의 ‘정치 지체’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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