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에 최신예 항공모함을 띄우고 전투기 출격 훈련을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2~28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을 일방적으로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뒤 항공모함 푸젠함을 동원해 함재기 이착함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인공섬을 연상시키는 해상구조물 건설, ‘바다의 정탐병’으로 불리는 부표 다량 설치에 이어 서해공정을 노골화·가속화하는 모습이다.
PMZ는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아닌 공해로, 군사훈련 제한구역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최강의 해군 전력’으로 일컬어지는 항공모함을 동원해 훈련한 것은 군사적·정치적 의미가 만만찮다. 서해를 내해화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무력 과시 성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거의 비슷한 때에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대만 남동 해역에서 서해에서와 동일한 함재기 이착함 훈련을 한 것도 그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비상계엄, 탄핵, 대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권력 공백기를 틈타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이 무력으로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바꾸려 한다”고 경고한 게 바로 1주일 전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통화가 늦어지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와중이라 더 조심스럽다. 이 대통령 취임 당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안보수장을 지난 3월에 이어 불과 70일 만에 다시 평양으로 불러 밀월을 과시한 점 역시 예사롭지 않다.
가속화하는 중국 서해공정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험난한 시험대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이 싸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국익 우선 실용외교’를 천명했지만 세계는 한국의 새 정부가 대중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시하는 형국이다. 신속한 비례 대응, 미국 일본 등 우방과의 연대 등을 통해 중국의 주권 침해적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