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 현장이 더 심각한 헐값 공사...산재, 기업은 속 탄다

1 day ago 7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현장의 산재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고강도 대책을 강력 주문하고 있지만 예산 절감을 위한 헐값 낙찰과 공기단축 압박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또 저가 수주는 민간보다 정부 발주의 공공 공사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의 책임을 기업에만 묻기 전 이런 폐습을 해결할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지난해 건설 현장 사망 사고 239건 중 공공공사 현장과 민간공사 현장은 각각 95곳과 144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공공사 사망 사고 현장 중 낙찰률 90% 미만의 저가 공사 현장은 74곳(77.9%)에 달해 민간공사의 저가 공사 현장 38곳(26.4%)을 크게 웃돌았다. 공공 부문의 낮은 공사비와 사망 사고의 연관성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낙찰률은 발주처 책정 공사비 대비 최종 계약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인천 검단 신도시의 공공분양 아파트 재시공 현장은 낙찰률이 70%대 초반이었으며 부산에서는 60%대까지 내려간 곳도 나왔다.

적자 공사에 흔쾌히 나설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 비춰 보면 공공공사 현장은 비용 절감과 안전을 바꿨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적정 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한 시공사는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적 최소 인원 외에 안전관리자, 신호수 등의 추가 배치를 포기하는 건 작은 예일 뿐이다. 숙련공 대신 저임금 비숙련공을 투입하고, 검증된 고품질 안전 시설물 대신 값싼 것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작업 일정을 서두를 수도 있다. 사망 사고 239건 중 39건(16.3%)이 공정률 90% 이상에서 발생한 것은 공사 막바지에 준공 압박이 거세지는 현장 분위기와 관련있다는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후진적인 산재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각오를 의심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가야 할 방향인 것도 맞다. 하지만 사후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 전에 폐습을 사전에 더 고칠 수 있다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 실익이 될 게 분명하다. 환부를 단숨에 도려낼 수술도 좋지만 약물로 서서히 치료할 수 있다면 환자의 고통은 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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