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통합’ 이룬다며 ‘사회 갈등 압축판’ 된 2차 후보 TV토론

3 weeks ago 15

시급한 연금·의료 개혁은 얘기하다 말았다

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23일 ‘사회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을 주제로 2차 TV토론을 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극명하게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기 위한 자기 성찰과 제대로 된 제언은 없었다. 경쟁자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다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사태”라며 “야당을 쓸어 없애 버리려 하고 정치적 상대를 제거하려고 한 극단적 형태가 내란”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겨냥해 “윤석열 내란수괴 비호 입장을 가진 듯하니 기억하고 심판해 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총각 사칭, 검사 사칭하고 거짓말 많이 하는 사람이 유리하도록 법(공직선거법)까지 바꾸면서 진짜 대한민국을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국민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을 거론하며 “국민 통합을 하려면 가정부터 통합이 돼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김 후보가 개인사를 끄집어내자 이 후보도 “본인도 갑질하지 않았나”라며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119 전화 갑질’ 논란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 틈새를 노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거대 양당의 국민연금 야합과 부정선거 음모론 등 기득권에 맞서는 얘기를 하면 어린놈이라 쫓아낸다” “사이비 호텔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바보라 조롱하는 세상”이라고 양당 후보 모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이 선거 후엔 협치의 상대가 될 이들을 향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으면서 국민들에게 통합을 호소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치열한 비방전에 밀려 한국 사회의 갈등 해소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인 연금개혁과 의료개혁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연금개혁의 경우 올 3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기를 8년 늦춰 구조개혁을 위한 시간을 간신히 벌어놓았을 뿐이다. 새 정부는 후속 과제로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재명 후보는 ‘청년 첫 보험료 국가 지원’ ‘노년층 소득 보장 강화’ 등 더 주는 정책만 제시했고, 김 후보는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한다면서도 정작 중요한 도입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기존 가입자와 미래 가입자를 신구 연금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 연금 부채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누구도 의료대란 출구 전략과 의료체계 복구 방안을 얘기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료원 지원 확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지역 공공의대와 공공병원 설립을 제안했다. 의대 설립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빈 병상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무슨 돈으로 의대를 세우고 병원을 짓나. 김 후보는 의료대란 문제를 6개월 안에 바로잡겠다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수가 합리화를 통해 의사 처우 개선을 공약했지만 ‘어떻게’가 빠진 빈말에 불과했다. 이제 TV토론은 딱 1번 남았는데 누가 되든 격한 갈등을 예고할 뿐 국정 운영의 청사진은 내놓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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