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 교수·연구원도 ‘톱티어 비자’… 두뇌 유치 더 과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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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6.05.2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6.05.2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세계 최정상급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6월부터 ‘톱티어 비자’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8대 첨단산업 취업 인력에게만 내줬지만, 앞으로는 석학급 대학교수와 연구원까지 폭넓게 적용하기로 했다. 수상, 논문, 사업화, 경력 등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갖춘 연구자와 그 가족에게 취업에 제한이 없는 거주 비자를 부여하고 출입국 우대카드를 발급한다.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체류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준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최우수 두뇌 350명을 모셔 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두뇌 유출’이 한국 경제와 첨단 산업의 근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두뇌 유출 지수에서 한국은 2021년 24위에서 지난해 48위로 추락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 이란 등에 이어 6번째로 미국에 AI 인재를 많이 뺏기는 나라다. 국가석학을 비롯해 한 해 수많은 이공계 인재가 짐을 싸서 해외로 떠나는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고급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만성적인 ‘두뇌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총성 없는 ‘인재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반도체, AI, 양자 기술 등 첨단 산업의 패권은 결국 누가 더 뛰어난 두뇌를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제한 정책 이후 미국을 떠나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유럽, 일본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고급 인재를 끌어들일 잠재력이 크다”며 “미 정부가 인재를 내보내고 있는데, (다른 국가의) 대학과 기업에는 인재를 유치할 황금 기회”라고 했다.

정부가 톱티어 비자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는 인재 유치를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비자 문제가 해결됐다고 세계적 석학들이 제 발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 기대할 순 없다. 한국에 정착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보상과 안정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교육, 주거, 의료 등 정주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인재 유출국이란 오명을 벗고 매력적인 글로벌 ‘두뇌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과감하고 치밀한 두뇌 유치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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