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33년 만에 첫 연극 무대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
교육 제도 아닌 성장에 초점
조광화 “영화 못지않은 감동”
“이 연극은 학생만 보라고 만든 게 아니에요. 나이를 떠나 제2의 삶, 제3의 삶을 꿈꾸는 분들도 보고 나면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틀에서 벗어날 계기와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
배우 차인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3년 데뷔한 지 33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그는 입시와 규율에 갇힌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사 존 키팅을 연기한다.
차인표는 영화로 이 작품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1990년 스물세 살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동네 작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며 “보고 나오는 관객들 표정이 다 비슷했다. ‘네 인생에 쓸 시는 무엇인가’라는 키팅의 질문에 저마다 답을 떠올리는 표정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이어 “36년을 살고 나서 보니 그때 키팅의 말이 맞았더라. 인생이란 각자가 써내려가는 드라마이고, 틀에서 나오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렇게 깨달을 무렵 마침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초연한다고 했고, 감사하게도 제안이 와 덥석 하게 됐다. 그것이 내 첫 연극”이라고 말했다.
33년간 연극을 멀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대에 서지 않은 것은 연기자로서 틀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그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번 작품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무대의 긴장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조언이 필요해 오만석 배우에게 물었더니 ‘그냥 막 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에 오만석은 “두 분(차인표·연정훈) 다 연극이 처음인데 연습실에서부터 베테랑이 나올 만큼 준비를 많이 해와 첫 무대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차인표는 화제가 된 교권 드라마 ‘참교육’과 결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참교육’이 교육 제도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인생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며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며 살 것인지를 묻는 게 핵심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차인표는 이 작품을 자기 이야기로도 받아들였다. 그는 “배우도 하고 글도 쓰고 남편이기도 한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대사를 들여다보다가 ‘나는 낭만주의자였구나’를 깨달았다.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키팅의 대사가 곧 자신이 평소 해온 생각과 비슷하다며 그 말을 자기 입으로 직접 하게 된 것을 그는 가장 큰 행복으로 꼽았다. 차인표는 “인생을 살면서 ‘이 대사가 이런 의미였구나’ 깨달았던 것을 내 입으로 다시 대사화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동시에 내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그 에너지가 관객에게도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영화의 인상을 무대에 그대로 옮기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영화 각본을 쓴 톰 슐만이 직접 희곡으로 각색해 영화와 이야기 구조가 거의 같다”며 “영화의 느낌을 무대에 그대로 옮겨,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89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톰 슐만의 극본을 토대로 한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2024년 프랑스 파리 초연에서 2년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키팅 역은 차인표·오만석·연정훈, 닐 페리 역은 김락현·이재환·찬희(SF9), 토드 앤더슨 역은 김태균·문성현이 맡는다. 공연은 7월 18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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