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엔딩 바꿨다"… 심리치료사가 된 아우슈비츠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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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엔딩 바꿨다"… 심리치료사가 된 아우슈비츠 생존자

입력 : 2026.05.15 16:31

아우슈비츠의 무용수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북모먼트 펴냄, 2만4000원

아우슈비츠의 무용수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북모먼트 펴냄, 2만4000원

한때 발레리나를 꿈꿨던 어린 소녀의 꿈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극도의 공포와 폭력, 굶주림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소녀는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신간 '아우슈비츠의 무용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에디트 에바 에거가 16세에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경험과 이를 극복하고 심리치료사가 된 치유의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1944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나치 장교 앞에서 죽음의 공포 속에 춤을 춰야 했던 소녀가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내고, 이후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자유를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대인인 저자는 수용소에 끌려가자마자 부모를 잃고 언니와 둘이 남겨졌다. 매일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나치 장교의 강요에 못 이겨 몸으로는 춤을 추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오페라 극장 무대에 있다고 상상하며 내면의 자유를 지키려 노력했다.

때로는 언니를 위해 음식을 찾으러 철조망 근처를 넘나들다가 경비병에게 붙잡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강제 행군 도중 많은 포로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졌지만 저자는 끝까지 살아남아 미군 병사에게 발견돼 구출됐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 저자는 극심한 악몽과 자기비난으로 고통받으며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자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본인의 과거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본인이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스스로 갇혀 있었음을 깨닫고, 심리학 공부에 매진해 50세가 넘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자가 된 이후에는 수십 년간 거식증에 걸린 소녀, 암 선고를 받은 사람, 자녀를 자살로 잃은 부모 등 수많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를 상담하고 치유하면서 내적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상처를 안고 있으며, 자유란 그러한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책은 나 스스로의 결점을 수용하면서도 그 결점만이 나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교훈을 내놓는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편한 경험을 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항상 얻지는 못한다. 이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의 일부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 내리는 선택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불완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이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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