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협상]
제도화-재원 규모 간극 좁혔지만
차등 지급할 몫 비율 의견 차이
사측 “성과주의 원칙 지켜야”… 노조 “적자 사업부도 나눠가져야”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해야 이번 성과급 협상에서 소외된 TV와 모바일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반발과 박탈감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노조는 같은 반도체(DS) 부문이라면 적자 사업부에도 억대 성과급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재에 나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자율 타결이 불발될 경우 직권 조정안을 내기로 했다.
● 간극 좁힌 핵심 쟁점… 남은 건 ‘배분 방식’

노조는 앞서 기존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연봉의 최대 50%로 상한선이 주어진 데 대해 반발해 왔다. 반면 사측은 기존 OPI를 유지하되, 영업이익이 200조 원이 넘거나 업계 1위를 유지하면 특별보상을 얹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메모리 호황 사이클을 고려해 3년간 한시적으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명문화를 통해 한 발 물러섰다. 노조 역시 그동안 10년 동안 영업이익 배분을 보장해 달라던 요구를 ‘5년 보장’으로 낮추며 접점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규모 역시 ‘영업이익 15% 전액 현금’을 고수하던 노조가 ‘영업이익13%, 자사주 2%’ 절충안을 내놓고, 사측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타협의 실마리를 잡았다. 다만 성과급을 어떤 사업부에 얼마나 나눠 줄지를 놓고 노사 대치가 이어졌다. 대규모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삼성전자 DS 부문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나눠줄 몫(공통)과 개별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할 몫(사업부)의 비율을 두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보였다.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이 무너지면 직원들의 근로 의욕이 꺾일 것이라며 적자 사업부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려 했다. DS 부문 전체는 대규모 이익을 냈지만 수조 원대 적자를 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가 문제였다. 노조는 DS 전체 직원이 성과급의 70%를 나눠 가진 뒤 나머지 사업부가 30%를 나눠 갖자고 주장했다. DS 직원 모두가 수억 원씩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반면 사측은 막판 교섭에서 ‘공통 4, 사업부 6’의 비율로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노조가 이처럼 적자 사업부 직원들에게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려는 데는 노조 조직유지를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본다. 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 첫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소속 조합원들을 챙겨야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4 대 6’ 비율만 적용해도 적자 사업부 직원들은 올해 평균 2억 원 안팎의 성과급을 쥐게 될 전망이다. 만약 노조 요구안(7 대 3)이 관철될 경우 수조 원의 적자를 낸 사업부 직원조차 4억 원에 가까운 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 중노위 “밤 10시 최종 결단” 밝혔지만… 합의 지연
배분 방식 등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당초 19일 오후 7시로 예정됐던 교섭 종료 시점은 오후 10시로 연기됐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 20분경 브리핑에서 “사측과 노조 양측이 (중노위가) 제시한 안을 검토 중”이라며 “오후 10시나 10시 30분쯤 노사 합의가 되거나 조정안이 나올 것 같다”고 했지만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협상은 이어졌다.만약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실제 파업 철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박 위원장은 “노조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사측이 동의하면 조합원 투표에 부쳐야 한다”며 “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되면 파업으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도 파업 시작에 대비한 노사 양측의 공방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사측은 전날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에 따라 쟁의 기간에도 평상시 수준인 7087명(안전 업무 2396명, 보안 작업 4691명)을 필수 인력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노조 측은 “기본권 제한 인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조합원을 우선 배치해 달라”고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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