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폭염·임금상승 삼중고
성과급 지급 사업체 많아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덩달아 쑥
식료품 비중 큰 저소득층 타격
예년보다 이른 폭염으로 채소와 과일, 축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고소득층 중심의 임금 상승이 소비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은 먹거리 물가를 비롯해 고환율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과 임금발 서비스 물가 압력 등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임금근로자 2248만8000명 가운데 최근 3개월 평균 임금(상여금 포함·세전)이 월 500만원 이상인 근로자는 371만3000명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500만원 이상 고임금 근로자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영향이 컸다.
임금 상승은 특정 업종과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제조업의 경우 월 500만원 이상 근로자 비중이 24.0%에 달한 것과 달리 보건·사회복지업은 5.4%, 숙박·음식점업은 1.4%에 불과했다. 대규모 성과급 등 임금 상승은 현재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전산업 특별급여가 똑같이 10% 상승하더라도 평균적인 수준에서 늘어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일부 업종에 집중돼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증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5개월 뒤 0.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에 집중된 고액 성과급이 소비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임금과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강해졌다”며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먹거리 물가’다. 저소득층은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같은 물가 상승에도 타격이 큰 편이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이달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가는 5222원으로, 작년 6월(3786원)과 견줘 38.6%, 지난달(4476원) 대비 16.7% 올랐다. 특히 특란 10구의 월평균 소비자 가격이 5000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란 30구 기준으로는 이달 평균 소비자 가격이 7465원으로, 작년 6월(7008원) 대비 6.5% 상승했다.
육계(닭고기)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당 6650원으로, 지난해 6월(5568원) 대비 19.4%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대파의 1㎏당 소매가는 2827원으로, 지난해 6월(2388원) 대비 18.4% 올랐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 한 통의 소매가격의 경우 이달 평균 2만4292원으로, 지난해 6월(2만2309원) 대비 8.9% 올랐고 고등어는 수입산(염장) 1손당 소매가격이 이달 1만803원으로, 작년 6월(8541원)과 비교해 26.5%나 치솟았다.
이처럼 채소류 및 계란, 과일 가격 등이 오른 가운데 이른 무더위로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열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온 상승이 농작물 생육 저하와 가축 폐사로 이어져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역시 생활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다시 잡음이 불거지자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3.9원 오른 1530.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달 들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20원을 웃돌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곡물과 사료, 원유 등 주요 원자재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고환율은 식료품과 가공식품 그리고 에너지 등 필수재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미 치솟은 물가에 환율 변동성, 그리고 고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생활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신 총재는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상승했고, 근원 물가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면서 “특히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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