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열풍은 한편으로 투자 과열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가계 저축이 부동산·예금 중심에서 벗어나 생산성 높은 기업 투자로 이동하는 금융 선진화로 볼 수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은) 우리 경제가 질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은행과 단기성 자본시장에 자금이 환류했고, 성장·혁신 기업에 대한 중개 기능에 제약이 있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함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역임한 통화정책 분야 최고의 석학이다. 그가 최근 첫 대중서 '금융안정과 중앙은행-개방경제의 현실과 과제'를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책에서 부동산과 은행 중심의 한국 금융이 혁신·고생산성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선진 금융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융 선진화가 단순히 자본시장의 양적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금융 선진화는 상시적 감시와 구조조정 등 지배구조 기능을 포함한 질적 중개 기능의 향상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한은 금통위원으로 재임하던 시절 미국 연방준비은행들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양국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도 비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도 기준금리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향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전망표)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제약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면서 "한국은 위원마다 점을 3개 찍게 하고, 금통위원들의 개별 성명까지 발표한다고 알려주자 한국이 더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통화정책에 끼치는 영향도 짚었다. 함 교수는 "향후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낙관적 기대에 기반한 AI 투자 붐이 실제 생산성 향상과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며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평가했다.
[문재용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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