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CEO 400여명 모여 '반도체 기정학'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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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연회장에서 열린 SERI CEO 인사이트 포럼에서 400여명의 참석자가 강연을 듣고 있다.  삼성 멀티캠퍼스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연회장에서 열린 SERI CEO 인사이트 포럼에서 400여명의 참석자가 강연을 듣고 있다. 삼성 멀티캠퍼스 제공

지난달 30일 삼성 멀티캠퍼스의 영상 플랫폼 ‘SERI CEO’가 개최한 인사이트 포럼이 열린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연회장은 오전 6시30분부터 최고경영자(CEO)들로 북적였다. 400여 명의 CEO는 아침 식사를 하며 신문을 정독하거나 명함을 교환하느라 분주했다.

오전 7시가 되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나와 ‘반도체 전쟁’을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강연을 시작했다. 권 교수는 현재 상황을 지정학을 빗대 ‘기정학(技政學)의 시대’로 정의했다. 지정학적 위치보다 어떤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느냐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눈앞에 들이치는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읽어야 한다”고 CEO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독자 모델과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한 ‘소버린 인공지능(AI)’ 전략으로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변동을 설명하는 동안 일부 CEO는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강의 자료를 사진으로 저장했다. 자료집에 펜으로 필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입시를 앞둔 수험장을 연상하게 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경수 피에스케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투자 사이클, 지정학적 변수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업무 시간 전 이런 강연을 통해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한 주의 경영 판단 기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피에스케이는 감광액 제거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SERI CEO’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발한 유료 지식 플랫폼이다. 삼성그룹 임원 대상 경제·경영 동향 사내 브리핑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대외 기업 대표와 공공기관장 등 국내 리더를 대상으로 경영, 경제, 인문학 등 전 분야의 트렌드와 지식을 공유한다. 1941년생 원로 경영인부터 1998년생 MZ세대 경영진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최다 참석자로 꼽히는 김항덕 JB(중부도시가스) 회장(87)은 “AI 시대에 경영자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며 “인사이트 포럼뿐만 아니라 독서클럽에도 참여하며 오피니언 리더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1998년생 김주훈 인싸이트 실장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선배 경영인의 살아있는 시각과 통찰력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산”이라며 “세대 차이가 오히려 배움의 깊이가 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인사이트 포럼은 온라인 학습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행사다. 2002년 4월 첫발을 뗀 이후 올해로 25년차다. 매달 한 번 각계 석학과 리더들이 직접 만나 글로벌 정세를 논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을 마련한다. 지난 3월에는 장영재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가 ‘피지컬 AI와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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