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A씨는 결혼 후 2년 동안 임신을 기다렸지만 아이를 갖지 못했다. 생리가 끊기고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고, 혈액검사와 뇌 MRI 검사에서 프로락틴 분비선종이 확인됐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 호르몬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후 자연 임신에도 성공했다.
난임이라고 하면 자궁이나 난소 문제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호르몬 이상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프로락틴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배란은 물론 수정란이 자궁에 자리 잡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생리를 한다고 배란도 정상인 것은 아니다프로락틴은 원래 출산 후 모유가 나오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이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배란을 조절하는 다른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난자가 제대로 자라거나 배란되는 과정을 방해한다.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리닉 원장은 “프로락틴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정상적인 생리 주기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배란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생리는 하지만 임신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란이 이뤄지더라도 수정란이 자궁에 잘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들어 임신 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도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프로락틴이 높아지면 여성은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가 끊길 수 있다.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성욕이 줄거나 발기부전,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종양이 커지면 두통이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 원장은 “남성은 여성처럼 생리 변화가 없어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만큼 종양이 더 커진 뒤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혈액검사 하나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프로락틴은 혈액검사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호르몬이다.정상 수치는 일반적으로 25ng/mL 이하다. 25~50ng/mL 정도로 높아지면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고, 50ng/mL 이상에서는 생리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00ng/mL 이상이면 프로락틴 분비선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MRI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검사 결과는 개인의 증상과 상태를 함께 고려해 전문의가 판단한다.
다만 수치가 높다고 모두 종양은 아니다.
심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과격한 운동만으로도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일부 위장약과 우울증 치료제, 항정신병 약물의 영향으로도 상승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복용 중인 약과 다른 질환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약물의 영향이 의심되면 일정 기간 약을 중단한 뒤 혈액검사를 다시 시행하고, 필요하면 MRI 검사로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는지 확인한다.● 대부분은 수술보다 약으로 치료한다
‘뇌종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수술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프로락틴 분비선종은 대부분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프로락틴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면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종양 크기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어서 자연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은 “프로락틴 분비선종은 뇌종양의 일종이지만 악성 뇌종양이 아니라 양성종양”이라며 “대부분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팩트필터|이런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보세요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뇌하수체 질환을 진료하는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 생리는 하지만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다.
· 생리가 갑자기 끊기거나 불규칙해졌다.
·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슴에서 젖이 나온다.
· 남성인데 성욕이 줄거나 발기부전이 나타난다.
· 두통이나 시야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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