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협상을 타결 지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일각에서 제기된 퇴진설을 일축했다.
이시바 총리는 23일 오후 자민당 당사에서 아소 다로 최고고문,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 전직 총리 3명과 회담한 이후 “참의원 선거 패배를 두고 강한 위기감을 공유했다. 나의 진퇴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측근들에게 퇴진 의사를 밝혔고 조만간 퇴진을 표명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부정하며 “내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들 3명과 각각 개별 면담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동시에 함께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거취가 주제가 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하며 “당의 분열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대해서는 “합의가 확실히 이행되고 국민 생활이 제대로 보호되도록 전력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합의 내용을 정밀 조사하기 전에는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고, 일본 언론에서는 퇴진설을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이르면 이달 29일 열릴 예정인 양원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참의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8월 중 당 차원에서 선거 결과를 총괄한 뒤 8월 말 최종 거취를 표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과반 의석 확보 실패의 후폭풍으로 자민당에서는 총리 퇴진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총리 수행 명분으로 내세웠던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사퇴가 임박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미·일 협상 타결을 계기로 퇴진 의사를 굳히고 이를 측근에게 전달했으며, 이달 중으로 퇴진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시바 총리가 다음달 말까지 퇴진을 표명할 뜻을 굳혔으며 이런 의사를 이미 주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한 정세”라며 “총리가 유임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당내에서는 더 이상 유임을 주장할 명분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20일 참의원 선거 직후 당분간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중견 의원들까지 이시바 총리 퇴진 움직임에 동참했다. 총리가 지금이 아닌 8월에 거취를 결정하려는 이유는 그즈음 국내외 행사가 많아서로 보인다.
8월 6일에는 히로시마, 9일에는 나가사키의 원폭 기념일, 15일에는 이시바 총리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종전일 행사가 열린다. 8월 20일부터 22일까지는 요코하마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가 열릴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중요한 일정에 공백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 아래 8월 말 거취를 밝히려는 것으로 산케이신문은 해석했다.
만약 이시바 총리가 퇴진할 경우 9월께 새로운 자민당 총재가 선출되고, 10월 소집이 예상되는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실시하는 일정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후임 총리로 적합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1∼22일 104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처럼 자민당 중심의 정권이 유지될 경우 적합한 차기 총리 후보로 응답자의 26%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꼽았다고 23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2%로 2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얻었으며 이시바 현 총리(8%), 고노 다로 의원(7%) 등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