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힘은 줄었지만, 시를 붙드는 깊이는 깊어졌다."
21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찾은 한 관객의 감상평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독일 리트(가곡) 전문 가수 마티아스 괴르네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노래했다.
2024년 벤야민 아플의 ‘겨울나그네’를 선보인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두번째 ‘겨울나그네’였다.
‘겨울나그네’를 듣다 보면 깊은 우울 속에서도 문득 장조의 선율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그 밝음은 온전한 희망이라기보다 희망의 잔상에 가깝다. 실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겨울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정서를 몸으로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해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회색 하늘, 낮게 깔린 먹구름, 습기어린 추위는 사람의 마음 속 고독을 불러낸다.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와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의 음악으로 쓰여진 이 작품의 주제는 한 인간이 상실과 맞닥뜨리는 내면의 풍경이다.
이날 그 풍경을 먼저 열어젖힌 것은 선우예권의 피아노였다. 첫 곡 ‘밤 인사’가 시작되자 선우예권의 건반은 방랑자의 첫 발걸음을 또렷하게 그렸다. 조심스럽게 내딛는 걸음, 차갑게 스치는 바람, 이미 끝나버린 사랑의 기억이 피아노 선율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독일 리트의 역사는 성악가 혼자 쓴 역사가 아니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곁에는 제랄드 무어와 헬무트 도이치가 있었고,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 곁에는 후베르트 기센이 있었다. 위대한 리트 가수에게 피아니스트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시의 행간을 함께 호흡하고, 화자의 내면을 함께 구축하는 동반자다. 그런 점에서 선우예권은 이날 괴르네의 곁에서 ‘겨울나그네’의 길을 함께 걷는 피아니스트였다.
선우예권은 이미 테너 김세일, 베이스 연광철과 ‘겨울나그네’를 무대에 올린 경험이 있다. 괴르네는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100세까지 선우예권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 말이 빈말은 아니었음을 이날 피아노가 보여줬다. ‘보리수’에서는 지나간 기억의 그늘이 깊게 드리웠고, ‘봄꿈’에서는 잠시 되살아나는 환상이 떠올랐다. ‘우편마차’에서는 기대와 체념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이 선명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피아노는 방랑자의 정신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냈다.
괴르네는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이후 독일 가곡 전통을 잇는 대표적 바리톤 성악가다. 조성진, 마리아 조앙 피레스, 알프레드 브렌델, 다닐 트리포노프 등 당대의 피아니스트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콘서트 무대와 레코딩에서 독일 리트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어 왔다.
이날의 괴르네는 전성기의 발성적 밀도와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과장한 방랑자의 고통으로 콘서트홀을 장악하려 하지 않았다. 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조성진과 슈베르트 가곡 무대, 2024년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함께한 성남아트센터 ‘겨울나그네’ 때와 비교하면 목소리의 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성악적 쾌감이 줄어든 자리에는 뮐러의 시에 대한 텍스트의 깊이가 채워졌다.
본 공연이 끝난 뒤 분위기는 앙코르에서 달라졌다. 괴르네와 선우예권은 세 곡을 더 들려줬다. 첫 곡 ‘섬집아기’에서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괴르네는 악보를 보며 한국어 가사를 불렀다. 발음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서툰 한국어가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독일 리트의 대가가 한국 관객 앞에서 한국의 노래를 부르려 애쓰는 순간, 객석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그 장면을 완성한 것도 선우예권의 피아노였다. 괴르네의 발음은 완전하지 않았지만, 선우예권의 피아노가 그 빈틈을 채웠다.
다만, 관객석에서 옥의 티가 나온 것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제21곡 ‘여인숙’ 직전, 선우예권의 전주가 흐르고 괴르네가 다음 시의 정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객석에서 휴대전화 벨소리와 두 차례의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리트 공연에서 침묵은 음악의 일부다. 특히 ‘겨울나그네’ 후반부의 정적은 작품의 감정을 떠받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 정적을 깨뜨린 객석의 부주의는 무대 위 연주자뿐 아니라 음악 속으로 함께 들어가 있던 관객들까지 현실로 끌어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3 hours ago
1

![[포토]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20.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도리천강하 장면을 그린 프라봇'](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9.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연꽃 봉오리 모양 띠압 등'](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6.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콘 가면극에 사용한 하누만 가면'](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3.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콘 가면극에 사용한 톳사간 가면'](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2.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1.jpg)
![[포토] 태국미술명품전-'왕권과 통치의 상징, 흰 코끼리 국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2200610.jpg)
![[헬스캡슐]은행잎 추출물,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효과 확인 外](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6/133978263.3.jpg)




!['꽃청춘' 3인방, 무계획 제주의 높은 벽..결국 티켓 구하기 실패[별별TV]](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2421091553722_1.jpg)
![[오피셜] ‘불꽃슈터’ 전성현, KT서 ‘퍼펙트 10’ 파트너 문성곤과 재회…서민수도 3년 계약](https://pimg.mk.co.kr/news/cms/202605/28/news-p.v1.20260528.c55346b19e8f45bfb362482843760fb3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