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시대 끝…韓·中 배터리, 멀티 라인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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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소비자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21일 세계 1위 배터리 회사 CATL의 ‘테크 데이’ 행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 가오환 CATL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튬·인산철(LFP)부터 나트륨이온·삼원계·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LFP 강자’로만 여겨지던 CATL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한국의 텃밭인 삼원계와 전고체 배터리까지 1위에 오르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배터리업계가 여러 종류의 배터리 제품을 동시에 개발·판매하는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어떤 배터리가 미래 전기차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 수요에 맞게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中의 LFP 성공이 바꾼 시장

선택과 집중 시대 끝…韓·中 배터리, 멀티 라인업 전쟁

대표적인 격전지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다. CATL은 28일(현지시간) ESS 제조업체인 ‘베이징 하이퍼 스트롱 테크놀로지’와 60기가와트(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 계획을 깜짝 발표한 뒤 맺은 첫 대규모 계약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ESS 분야에 많이 쓰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CATL 개발 소식을 접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가능성과 수요처 등을 천천히 살핀 뒤 신중히 제품 개발에 나선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라며 “어떤 제품이 주류가 될지 모르니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우선 개발한 뒤 고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라인업 다변화는 “주행거리와 출력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얕잡아본 LFP가 전기차 배터리의 주류가 되면서 시작됐다. 중국 기업이 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해 삼원계만큼 성능을 내는 저렴한 LFP 개발에 성공했고, 테슬라 등이 이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삼원계에 집중하던 한국 배터리 3사가 뒤늦게 LFP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제품별 맞춤 배터리 개발

한국 배터리 3사는 제품별 배터리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어 국내 회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저가 배터리는 나트륨이온·LFP·리튬망간리치(LMR)로, 중·고가는 미드니켈·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로 대응하는 것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역시 2029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의 전략도 비슷하다. 삼원계에 집중하는 대신 제품별 전략 배터리를 정해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이승우 삼성SDI 부사장은 “ESS에는 나트륨이온, 휴머노이드에는 전고체, 도심항공교통(UAM)에는 리튬황·리튬메탈 배터리 등이 적합하다”며 “각 사용처에 맞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선호도가 다른 배터리 규격도 다양화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각형을, 한국은 파우치형, 테슬라 등은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한다. 파우치형 중심인 SK온은 각형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에 맞춰 각형 배터리를 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기존 원통형과 파우치형 외에 각형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각형 중심인 삼성SDI는 휴머노이드엔 파우치형 배터리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전고체 기반 파우치 배터리를 선보였다.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고객군을 좀처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삼원계·원통형 배터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추가 고객 확보와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2020년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3위 점유율을 기록한 파나소닉은 지난해 7위로 밀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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