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약 370만 개의 땀샘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땀샘은 태어나자마자 원활하게 기능하진 않는다. 생후 3년 동안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활동하는 땀샘 수가 달라진다. 태어난 곳이 덥다면 땀을 많이 흘려야 하니 모든 땀샘을 가동하지만, 추운 지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 ‘세 살 땀샘’ 역시 그렇다.
문제는 부모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오로지 아이의 보호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다. 항상 따뜻한 방에서 보온성 좋은 옷에 두툼한 양말까지 신고 자라는 아이의 신체는 부모의 지극 정성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아, 내가 살아갈 곳은 이런 곳이구나’라고 받아들여 이 환경을 기준으로 체온 관리 시스템을 설정한다. 항상 약간 더운 듯하니 땀을 잘 흘릴 수 있도록 한다. 간혹 아이들이 땀이 많아 발이 늘 축축하다는 엄마들이 있는데, 사실은 이런 결과일 수 있다. 타고난 게 아니라 최근에 만들어진 체질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첫 3년의 경험으로 평생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초기에 설정돼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누군가를 보고 느끼는 첫인상도 그렇다.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관점이 머릿속에 설정되면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첫인상이 좋으면 웬만큼 잘못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여기지만, 반대라면 같은 사람의 같은 행동에도 ‘그래,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고 반응한다.특히 많은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들은 알게 모르게 만들어지는 이 초기 설정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큰 조직의 수장으로 취임한 사람은 어딘가를 방문할 경우 별생각 없이 가서는 안 된다. 첫 방문지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갈 수 있어도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리더가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는 사안으로 여기고, 여기에 맞춰 행동한다. 노조를 먼저 찾아갔다면 노사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여기고, 연구소를 찾아갔다면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받아들이는 식이다. 그런 다음, 이를 기준 삼아 해당 사안을 최우선으로 해서 리더를 대한다. 조직의 일하는 방향이 부지불식간에 정해지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발언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직은 그의 말보다 그의 행동을 더 주시하고 믿는다. 말은 지어낼 수 있어도 행동은 그러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조직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알려주는 신호로 초기 설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첫 100일이 중요한 이유다. 새 정부 역시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중에 ‘진땀’을 흘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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