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포비아' 확산
고유가發 인플레 우려 심화
통화가치 보호해 고물가 대응
10國중 7國 美국채 보유 축소
美 연내 금리인상 확률 60%↑
30년물 국채금리 6%까지 전망
기업·정부 자금조달 '직격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채권시장이 휘청이는 것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비관론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원유 운송에서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 벌써 석 달이 다 돼가면서 유가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눈덩이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주요국들의 재정 건전성 우려도 재부각되면서 채권 투매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예전만 같지 않은 것도 배경이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에 각국이 환율 방어에 총력전을 펴며 달러 자산인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국채 가격 하락)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각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9조3480억달러(약 1경4090조원)로 전달보다 1391억달러(약 209조원) 줄었다. 중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미국 국채 보유 상위 10개국 중 7개국이 보유액을 줄였다.
특히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액이 전달보다 6% 감소했다. 보유액이 6523억달러(약 983조원)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 역시 1조1910억달러(약 1790조원)로 470억달러 감소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표시 자산을 매각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개릿 멜슨 나틱시스 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문제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 상승 속도"라며 "시장은 급격한 상승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국채 투매는 주요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3.684%로 2011년 이후 최고치,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773%로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 18일 4%를 돌파한 이후 내려오지 않고 있다.
당장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 기업,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이면서 미국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된다. 특히 기업들은 차입 비용이 커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가뜩이나 과열 논란에 시달리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기술주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가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향후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채권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60%에 육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22일 취임을 앞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는커녕 인상에 내몰릴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올라 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무려 6.0%나 오르며 4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았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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