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국’ 베네수엘라, 휘발유 없어 지진 구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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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정제시설 부족, 생산 어려워
굴착기 가동못해 삽으로 잔해 치워

1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티아라마르에서 베르탐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24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2295명으로 늘었으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2026.07.02 [카티아라마르=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티아라마르에서 베르탐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24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2295명으로 늘었으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2026.07.02 [카티아라마르=AP/뉴시스]
지난달 24일 발생한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임에도 휘발유 부족으로 굴착기 등 구조 장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CNN은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 구조현장에 배치된 정부 소유 굴착기가 휘발유 부족으로 멈춰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구조대원들은 곡괭이와 삽, 맨손 등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 경찰은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귀중품을 빼돌린 혐의로 구조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 4명을 체포했다.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약 303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하지만 원유 정제시설이 부족하고, 안정적인 가동도 어려운 상태라 고질적인 휘발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 정치평론가인 카르멘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는 “이번 참사는 국가가 억압과 선전에만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했다. 좌파 포퓰리즘 독재정부가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면서 지진 등 재난에 대응하는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유 생산 및 판매를 바탕으로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의 대표적인 부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경제가 무너졌다. 마두로 정권이 에너지 기업들을 강제 국유화한 뒤 벌어들인 돈으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저가 주택 공급에 쏟아부으면서 재정난이 심각해진 것. 낙후된 인프라, 미국 제재 등으로 원유 생산량도 급감했다. 2013∼2021년 국내총생산(GDP)은 75% 급감했고, 국민 4명 중 1명은 외국으로 떠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간 경제 붕괴와 부패를 겪은 베네수엘라 당국에 희생자 수습, 신원 확인, 매장 등은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벌써부터 라과이라에선 영안실 자리가 부족해 일부 시신을 폭염 속에 방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싼 유전자 검사 비용 탓에 유족들은 문신, 치과 기록, 옷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한 유가족은 CNN에 “너무나 많은 시신이 부패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1일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295명, 부상자는 1만1267명이라고 발표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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