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받고 빚 독촉은 끝…금융권 장기연체채권 관행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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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인정 받으려면 최초 소멸시효 도래 시 채권 정리해야
채권 매각·추심 공시 강화…장기연체자 재기 위한 관리체계 개편

  • 등록 2026-06-10 오후 12:00:00

    수정 2026-06-10 오후 12: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회사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장기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반복 연장해 빚 독촉을 이어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는 세제 혜택(대손인정)을 받으려면 최초 소멸시효 도래 시 채권을 사실상 정리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발표한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현행 제도에서는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융감독원의 대손인정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받은 이후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하며 채권 추심과 회수를 계속할 수 있어 채무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는 시점에 시효를 완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반복적·기계적인 시효 연장 관행을 차단하고 장기 연체채권의 적극적인 정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우선 은행과 보험사는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3000만원 이하 개인 연체채권으로 정했다. 계좌 수 기준으로 전체 채권의 90% 이상이 해당한다. 금융위는 제도 운영 상황을 점검한 뒤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 절차 진행,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이행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허용한다.

채권 매각 과정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은 채권을 매각할 경우 매매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채권 양수인의 이행 여부도 점검·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 매각 현황, 소멸시효 완성 실적 등을 공시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업계 협의를 거쳐 보고 양식과 공시 기준을 마련 중이며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할 계획이다.

채권 재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오는 7월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불법추심 점검 의무와 재매각 시 채무자 보호조건 승계 의무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완성하고 예외적으로만 연장하도록 관리 체계를 정비한다.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을 결정한 경우 채무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고, 시효를 연장하더라도 3년마다 재심사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개정안을 오는 7월 중 확정한 뒤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은 받고 채권 추심은 계속하는 기존 관행을 개선해 장기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고 채권 관리의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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