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는 무언의 설계자…그 실체는 ‘이것’ [동아닷컴 금주의 신간]

4 days ago 15

교보문고 갈무리 ◇ 양자 도약/ 휴 바커 지음/ 340쪽·2만2000원·알레 검색창 아래 마침 사려던 러닝화 광고가 나온다. 내비게이션은 아무리 복잡한 도로라도 5초면 최단 경로를 찾아낸다. 숏폼 영상은 내려도 내려도 눈을 뗄 수 없는 영상이 이어진다.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것은 ‘알고리즘(algorithm)’이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언어는 수학이다.‘양자 도약’은 이 알고리즘 뒤에 숨은 수학을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인 휴 바커는 대중 과학 저술가로 수학이 금융과 기술,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하는 ‘수학 커뮤니케이터’다. 책은 수학을 딱딱한 공식이 아닌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본다. 저자는 “수학적 상상력은 수천 년 동안 기술의 발전을 주도했다”면서도 “그 사실을 잊기 쉽다”고 지적했다. 인류가 한계를 넘어선 순간마다 수학이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 복잡함에 쉽사리 잊혔다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매일 수학의 산물을 보고 있다. 구름의 움직임과 강수량을 재는 ‘기후과학’,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알아서 운전해주는 ‘자율 주행’, 데이터 집합에서 사고하는 법을 배운 신경망 인공지능까지.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책은 수식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이야기로 풀어냈다. 문과도, 이과도, 트렌드세터도, 하물며 수포자까지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잘못한 인사/ 조은 지음/ 128쪽·1만3000원·문학과지성사 “이젠 이런 생각 들어요/수없이 많은 삶을 죽음이라 생각해/피하며 살았을 거라고/수없이 많은 죽음을 삶이라 믿고/와락와락 껴안았을 거라고”(‘잘못한 인사’ 중)시력(詩歷) 40년을 목전에 둔 시인 조은(66)이 8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을 펴냈다. 특유의 현실감각과 삶에 대한 통렬한 시선을 51편의 시에 담았다.오랜 세월 시인은 세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계와 모순을 들여다봤다. 그는 서로 뒤돌아 있으면서도 등을 맞댄 채 일정한 넓이를 공유하는 면면의 겹침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삶과 죽음이 맞닿은 경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묵직하게 탐색한다.이번 시집에서는 ‘집’이라는 소재도 눈에 띈다. 시인은 집을 마냥 안락하거나 무사한 공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평지에서 네 계단 아래/지층 바닥”(‘어떤 애도’)에서 “빗물이/뚝뚝 떨어지는” “줄줄 새는 천장”(‘아직도’)이 있는 곳이다.시인은 집의 균열을 막지 않고 불안정성과 함께 지낸다. 바닥이 지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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