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 신작 ‘스피드’
‘韓무용 느리다’는 편견 깨기 위해
속도-기교 더한 장단 다채롭게 실험
“한국무용은 느리고 고요하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목표를 내건 서울시무용단 신작 ‘스피드’가 24∼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스피드’는 한국무용의 기본 요소인 ‘장단’을 속도와 기교 등에서 다채롭게 실험한 작품으로 이미 전석이 매진됐다. 대극장 스테디셀러 공연이 아닌 한국무용 공연으로는 매우 드문 사례다.
17일 찾은 연습 현장은 그 열기를 미리 가늠해 볼 기회였다. 공연은 묵직하고 단조로운 비트가 점차 빨라지는 군무로 시작한다. 돌연 한 명의 무용수만 남아 느릿하게 한 팔 한 팔 뻗는 등 빨라지고 느려지기를 쉼 없이 반복한다. 안무를 맡은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한국무용의 속도감은 무용수 내면의 체화된 움직임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그 고유한 감각을 세련되고 몰입되도록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한국 무용의 전형적인 박자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프랑스 출신 음악가 레미 클레멘시에비치가 작곡가 겸 연주자로 참여한다. 국악 그룹 ‘SMTO무소음’ 멤버인 황민왕이 협업했다. 두 사람은 장구나 징 등 국악기부터 중국 후루쓰(葫蘆絲·조롱박으로 만든 관악기), 중앙아시아 코무즈(튀르크족 전통 3현 악기) 같은 이국적인 악기까지 활용해 라이브로 연주한다.공연 후반부에 펼쳐지는 즉흥 무대도 기대된다. ‘박자감과 속도감이 온몸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조건 아래 약 5분 동안 즉흥 독무가 펼쳐진다. 무대 바닥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아트와 음악까지 무용수의 춤에 따라 즉석에서 완성된다. 윤 단장은 “한국무용의 박자감은 머리로 계산해선 안 된다. 몸이 음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임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60분간 이어지는 공연은 바닥에 쓰러졌던 무용수들이 다시 천천히 피어나는 듯 일어서며 끝을 맺는다. 윤 단장은 “우주에 도달하기까지의 속도감과 무중력 공간에서의 느린 움직임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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