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인력 부족에 대응해 밭작물 아주심기(정식)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내년부터 현장에 본격 보급된다. 관행 대비 작업시간을 최대 7분의 1로 줄이고, 연간 활용 일수도 두세 배 늘릴 수 있어 기계화율이 낮은 밭작물 정식의 돌파구로 주목된다
농촌진흥청은 고추와 배추에 모두 활용 가능한 겸용 정식기와 정식 전후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고추 주산지를 중심으로 고추·배추 겸용 정식기와 흙올림식 휴립피복기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고추·배추 아주심기는 밭농업 공정 중에서도 기계화율이 가장 낮은 작업이다. 전체 밭농업 기계화율이 67%에 이르지만 정식 공정은 18.2% 수준에 불과하고 고추·배추의 경우 사실상 0%다.
정식기는 그동안 일본산에 의존해왔으나 국내 육묘 규격과 맞지 않아 현장 활용에 어려움이 컸다. 농진청은 이를 해결하고자 국산 규격에 최적화된 육묘판과 자동 정식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겸용 정식기는 육묘판에서 연약한 모종을 집어 땅에 심는 작업을 자동화한다. 작물 전환도 간단하다. 기어만 교체하면 고추와 배추를 번갈아 정식할 수 있다. 관행 방식 대비 고추는 노동력을 7배, 배추는 6.4배 절감할 수 있다. 작업 시간은 300평 기준 2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정식 전후의 복잡한 작업 공정도 하나의 기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를 함께 개발했다. 이 장비는 두둑을 만들고 점적호스를 설치한 뒤 비닐을 씌우고 흙을 덮는 일련의 공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정식기와 연계하면 심는 동시에 복토 작업까지 끝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다.
이번 장비 개발은 경제성도 고려했다. 고추 아주심기만 진행하던 장비를 봄·가을배추까지 확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비 사용일은 기존의 두세 배로 늘어난다. 일본산 장비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며 정식기 기준 가격은 1500만원 이하로 책정됐다.
정식 전용 육묘판도 별도로 개발됐다. 72공(고추), 128공(배추) 트레이는 기존 국산 파종기와 육묘 벤치와 호환되며, 정식기 자동화에 적합한 구조로 설계됐다. 연속 공급과 자동 배출이 가능해 정식기와의 일체화 수준을 높였다.
농진청은 이달 중 정식기와 휴립피복기를 주산지에서 연시하고, 연말까지 장비 성능 보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보급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용빈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부장은 “밭작물 기계화는 단순한 효율 문제를 넘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과제”라며 “기계화 기술이 농촌 일손 부족 해소는 물론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