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배달앱 중독은 의지 아닌 '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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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숏폼·배달앱 중독은 의지 아닌 '뇌' 문제

입력 : 2026.06.09 17:07

'경제학자의 의사결정법'을 펴낸 강민욱 고려대 교수
뇌 구조 예전 그대로인데
선택지는 폭발적으로 증가
인지능력이 변화 못따라가
소비습관·진로·가족계획…
현재편향이 미래설계 망쳐
'선저축 후소비' 생활화 등
스스로 제어환경 설계해야

사진설명

퇴근 후 참지 못하고 배달앱을 켠다. 여름이 코앞인데도 헬스장은 오늘도 건너뛴다.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의 배경에는 이처럼 미래의 이익보다 당장의 만족을 크게 평가하는 '현재편향'이 있다. 최근 '경제학자의 의사결정법'을 펴낸 강민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47)는 "현재편향은 소비 습관부터 진로·가족계획까지 우리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당장의 만족을 좇는 선택을 줄이는 게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현대인을 "원시시대의 뇌를 가진 채 뷔페에 들어선 존재"에 비유한다. 선택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우리의 인지 능력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겐 사냥에 성공하면 당장 배를 최대한 채워야 했던 원시인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수많은 유혹 속에 노출된 만큼, 스스로를 의식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처럼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뇌를 가졌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현재편향의 오류를 범한다. 대표적인 예가 폭음이다. 강 교수는 "숙취에 시달리며 '술을 또 먹으면 인간이 아니다'고 하지만 과음은 되풀이되고, 딱 한 잔만 마시자고 했다가 고주망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사고 위험성은 과소평가한 채, 당장 편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만족을 더 크게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내시경을 받으면 통계적으로 수명이 1년 늘어난다고 해도 장 비우는 과정이 귀찮다며 안 받는 사람이 허다하다"며 "이처럼 현재편향은 끊임없이 일상의 모든 선택에서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 선거 공약에도 인지 오류 숨어있어

강 교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 역시 인간의 현재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한다. 선거에 나온 정치인의 최우선 목표는 국가의 장기 발전보다 선거 승리인 만큼, 유권자의 즉각적인 만족을 좇으며 극도로 현재편향적인 정책을 내놓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부채 경고등을 외면한 지원금 등 확장재정 정책도 이런 구조 속에서 반복된다"며 "유권자들도 당장 우리 동네에 어떤 인프라가 깔릴지만을 보며 표를 던질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현재편향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교수는 스스로를 제어할 '환경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통장분리처럼 '선저축 후소비'를 생활화하거나 기상 후 10분 운동 같은 최소한의 원칙 세우기를 추천한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부부와 같습니다. 하루 1분이라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둘의 타협점을 찾아가려 노력해야 합니다."

◆ 인공지능 의존도 현재편향 강화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일수록 현재편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과거에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해야 했지만, 지금은 영상과 AI가 이미 정리된 답을 바로 보여준다"며 "특히 쇼츠와 생성형 AI에 익숙해질수록 즉각적인 만족에 중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관찰된다. 강 교수는 "강연장에서 만난 중고교생들은 교과서를 아예 읽지 않고 요약본과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당장은 효율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개념을 소화하는 능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기 전까지는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UCLA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야 진로를 틀었고, 2013년에야 늦깎이 박사를 땄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비합리적인 선택을 만류하고 싶을까. 그는 "결코 합리적이지도, 비용을 충분히 계산하지도 못했다"며 "그래도 경제학이 재미있었고, 예상 못한 끌림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행동경제학 연구자에게도 열정은 계산 범위 밖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박태일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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