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운반비 인상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에 들어갔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 대가 멈춰서면서 아파트·물류센터 등 건설 현장은 물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시설 공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지역 레미콘 운송을 중단했다. 이번 휴업에는 수도권 소속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 대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광장 앞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수도권 외 지역 노조는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휴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노조는 레미콘 제조사들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 운송종사자는 대부분 개인 소유 믹서트럭을 운행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형식상 개인사업자지만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레미콘 운송 차주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3월 고용노동부가 전국 단위 노조 설립필증을 교부했다는 게 노조 측 근거다.
노조는 실질적인 운반비 개선과 고용 안정, 불합리한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임단협 체결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레미콘 제조사들이 건설사와는 납품단가 협상을 하면서도 운송종사자의 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운반비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착공 감소로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운반비 부담까지 늘어나면 경영난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미콘 운송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인 만큼 현 단계에서 단체교섭에 응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는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 주요 공사 현장의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레미콘은 생산 후 일정 시간 안에 현장에 타설해야 해 재고를 쌓아두기 어렵다. 운송이 멈추면 생산과 타설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단기 휴업은 공정 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휴업이 길어지면 콘크리트 타설 일정이 밀리고 후속 철골·설비 공사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 공사 현장이 변수로 꼽힌다. 수도권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건축물보다 대규모 기초공사와 고품질 콘크리트 시공 비중이 커 레미콘 공급 차질에 민감하다. 업계 관계자는 “휴업이 단기간에 끝나면 현장별 공정 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화하면 일부 타설 일정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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