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차세대 2차전지인 수계아연전지 수명을 세 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아연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2차전지다. 휘발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작고 친환경적이다. 제조 비용과 소재가 저렴해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수계아연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해 수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덴드라이트는 음극에 이온이 쌓이면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금속이 길쭉하게 자라난 것을 말한다. 덴드라이트가 많아지면 분리막이 뚫려 화재 등의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음극의 전자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전자 스펀지’ 기술을 고안해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막았다. 아연과 강하게 결합하는 산화구리 나노입자로 전자 스펀지를 만들었다. 충전 시 산화구리 나노입자가 스펀지처럼 전자를 빨아들여 이온과 전자의 불필요한 결합(덴드라이트 생성)을 막는 식이다. 방전할 땐 스펀지에서 다시 물을 짜내는 것처럼 전자를 방출해 아연 금속의 용해를 촉진한다. 충·방전 양쪽에서 덴드라이트를 억제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전자 스펀지를 수계아연전지의 일종인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에 적용해보니 2500회의 충·방전에도 덴드라이트가 생기지 않았다. 효율(충전 대비 방전 용량)은 평균 98.7%에 달했다. 삼성그룹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