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베트남 등 외환 거래 인기
몸값오른 일본 엔화 판매도 늘어
간편하고 저렴해 소액거래 인기
문고리 거래·입금 후 잠적 등엔 주의
이번 연휴에 태국 파타야로 여행을 떠나는 이 모씨(24)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7900바트(약 33만7700원)를 33만5000원에 구매했다. 이씨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환전소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더 저렴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외화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여행을 앞두고 환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외화를 팔려는 공급도 덩달아 늘고 있는 분위기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서는 ‘네이버 환율 시세 기준’,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 등의 조건을 내건 외화 판매글이 다수 올라왔다. 반대로 ‘베트남 동 구해요’와 같은 구매 요청 글도 게시되는 등 외화를 사고파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이 이번 연휴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동남아 화폐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패키지 여행 예약 건수 중 베트남과 태국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국가 통화인 바트(태국), 동(베트남), 루피아(인도네시아) 등의 외화 거래도 활발해진 것이다.
엔화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동안 일본 항공 예약건이 전체의 43%를 차지하며 항공 예약 최다 지역으로 꼽히며 엔화 수요가 늘고 있다. 동시에 최근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장롱 속 엔화’를 판매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고장터 내 외화 거래가 활발해진 것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환전하려는 여행객과, 여행 후 남은 돈을 처리하려는 판매자 간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환전 수수료가 비싼 동남아 화폐의 경우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수수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인기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소액 외화 거래는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불법이 아니다. 국내 거주자 간 외화 거래는 원칙적으로 한국은행 신고 대상이지만, 매매차익 목적이 아닌 5000달러(약 710만원) 이하의 거래는 예외로 인정된다. 실제 중고거래에서 오가는 외화 거래 대부분은 이 범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
다만 규정의 틈을 노린 사기 행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거래 대금을 보냈는데 연락이 끊겼다”는 등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실제로 ‘베트남 1억동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후 문자를 통한 연락을 유도하고, 문고리 거래(대면하지 않고 거래 물품을 문고리에 걸어두는 방식)를 빌미로 선입금을 요구한 뒤 입금이 완료되면 연락을 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유도해 개인정보와 돈을 동시에 탈취하는 수법의 피해 사례도 보고됐다.
당근마켓 측은 “1000달러 이상의 외화는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계좌이체로 거래할 경우 반드시 구매자의 신분증 상 명의와 입금자의 명의를 확인하고, 직거래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안전한 장소에서 거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