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영재들의 아버지 “수능수학 쉬워져도 수포자 더 늘어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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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학영재들의 아버지 “수능수학 쉬워져도 수포자 더 늘어난 이유는…”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명예교수
수학 포기, AI시대 가장 중요한 사고력 포기
교과 난도조절 능사아냐…과잉 경쟁이 원인

인하대 송용진 교수 [본인 제공]

인하대 송용진 교수 [본인 제공]

‘수학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고교 2학년생 절반 가까이는 ‘수포자’가 된다. 한국 교육이 지난 30년간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려온 결과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수학을 포기하는 사회는 결국 사고력을 포기하는 사회”라며 “한국 수학 교육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역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수학계의 큰어른이자 ‘수학 영재들의 아버지’로 통한다. 그는 1995년부터 대한수학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위원장을 맡아 한국이 두 차례 종합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또 대표적 난제로 불리던 ‘해러의 추측’ 연구로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은 바 있다.

◆ 수학의 역사가 곧 문명사

최근 수학사를 다룬 저서 ‘문명의 뼈대’를 펴낸 송 교수는 “수학의 역사는 곧 문명의 역사”가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같은 2500년 전의 수학적 진리가 현재도 유효한 것처럼, 수학은 한 번도 부정되거나 뒤집힌 적이 없는 ‘축적’의 학문이라는 의미다. 그는 “문명의 흥망을 이해하려면 결국 수학의 발전사를 봐야 한다”며 “수학을 등한시했던 중국이 산업혁명에서 뒤처졌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에 시달리는 것이 사회 문제라면서도 무작정 수학 교과서의 내용을 줄이는 정책은 처방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미적분학Ⅱ와 기하·벡터가 수능 선택과목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다. 송 교수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고교 수학 내용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수포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수학에 트라우마가 생기게끔 과잉 경쟁을 유발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이지, 수학 교과 내용이 많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흔히 말하는 ‘문과 머리·이과 머리’ 구분 자체를 부정한다. 지능이 높고 낮음은 있지만 문과형 두뇌, 이과형 두뇌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수학을 유독 못하는 학생 상당수가 재능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 때문에 좌절한다고 봤다. 특목고·자사고가 확대되며 일찌감치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이 ‘고입 경쟁’ 때문에 수포자가 대거 양산된다는 얘기다.

인하대 송용진 교수 [박태일 기자]

인하대 송용진 교수 [박태일 기자]

◆ 세계 각국은 ‘수학 퍼스트’

송 교수는 이 같은 조치가 첨단기술 시대를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봤다. 현재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AI·반도체·우주항공·데이터과학 모두 수학적 사고를 토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반드시 익혀야 할 수학의 기본 내용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돼 있다”며 “이 뼈대를 잘 세우고 대학에 진학해야 응용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수학 교육은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기하·벡터를 필수로 배우게 하고, 미국·영국·일본 등도 교육 범위와 시수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위기는 비단 상위 1% 이공계 인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 교수는 수학이 ‘정보 범람을 항해하는 시대’에 나침반이 돼준다고 강조한다. 쏟아지는 정보 중 본질을 골라내고 이를 합리적·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사고의 훈련’이기 때문이다. 이 훈련이 결여된 세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진단했다.

◆ ‘가지 않은 길’ 개척엔 수학이 필요

또 송 교수는 국가 산업 경쟁력이 달린 문제라고 짚었다. 수학자가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정답 없는 난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 단계에 선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이나 차세대 반도체 설계처럼 ‘가지 않은 길’을 만드는 분야에선 한 문제를 수년간 파고드는 ‘수학자적 집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시각이다.

“‘해러의 추측’을 풀이한 논문을 쓰기까지 꼬박 10년을 고민했고,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데만 1년 넘게 씨름했습니다. 이처럼 원리를 파고들어 이해하고, 끝까지 생각하는 힘이 수학의 무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30점을 맞았더라도 틀린 70점이 아닌 맞은 30점에 대한 기쁨을 크게 느껴보라”고 당부했다. 송 교수는 “평생 수학을 한 나조차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많고 포기한 것도 많다”고 털어놓으며 “단 하나의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기쁨이 너무 커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 작은 성취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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