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76년 전부터 인공지능 연구한 앨런 튜링

5 hours ago 5

“기계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70여 년 전,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링(1912∼1954·사진)이 던진 질문입니다. 튜링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미적분 문제를 스스로 풀어낼 만큼 비범한 수학적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 튜링의 청소년기에 크리스토퍼 모컴이라는 특별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수학과 과학을 함께 탐구하며 깊은 우정을 나눴지만, 모컴이 어린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그 시간도 갑작스럽게 끝나고 맙니다.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튜링은 이후 인간의 정신과 지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훗날 그의 계산 이론과 인공지능(AI) 연구에 중요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한 튜링은 1936년 발표한 논문에서 훗날 ‘튜링 머신’이라 불리게 되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튜링 머신은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가상의 기계로, 오늘날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가 됐습니다. 이후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존 폰 노이만, 쿠르트 괴델 등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과 교류했고, 계산 이론과 논리학 분야의 핵심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튜링은 영국 암호 해독 기관에서 활동합니다. 당시 연합군은 독일군의 암호 장치 ‘에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튜링은 암호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계 ‘튜링 봄브’를 개발해 에니그마 해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연합군은 독일군의 전략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고, 전쟁을 앞당겨 끝낼 수 있었습니다.

1950년 튜링은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기계가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을 지능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대화를 통해 상대가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기계는 지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습니다. 당시에는 공상처럼 여겼던 이 생각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으며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인터넷, AI 기술의 출발점에는 모두 튜링의 연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인류에게 남긴 진짜 유산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