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만 하면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내 1세대 보안전문가로 꼽히는 신수정 전 KT 부사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간 <축적과 발산>의 핵심 메시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기업과 조직에서 많이 배우고 성실하게 일하는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축적한 것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드러내려는 ‘발산’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축적만으론 부족…발산이 성장 촉진
신 전 부사장의 커리어는 ‘축적과 발산’의 연속이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HP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SDS를 거쳐 정보보안 벤처기업 DDS를 창업한 그는 2001년 코스닥 상장사와 합병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1위 정보보안 기업인 SK인포섹(현 SK쉴더스) 대표를 거쳐 2014년 KT정보보안단장(CISO)으로 영입됐다. 엔터프라이즈 부문장과 전략·신사업부문장 등을 맡았다. 신 전 부사장은 “동료 3명과 정보보안 회사를 공동 창업해 매각도 해봤고, SK인포섹에선 50명 규모 회사를 800명 규모로 키웠다”며 “새로운 기회가 올 때마다 도전을 선택했고 틈틈이 나를 알리는 발산이 퇴직 후엔 책을 쓰고 강연하는 데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2010년부터 일과 삶에 대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히 올렸다. 글이 호응을 얻으며 유명세를 탔고 현재 링크드인과 페이스북 팔로어만 10만 명에 이른다. 2021년 출간한 <일의 격>에서 ‘축적 후 발산’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이번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뤘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도태되는 사람들을 보며 축적과 발산이 어떻게 함께 이뤄져야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는지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 전 부사장은 국내 직장인들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축적’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성과와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발산’에는 서툴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인은 자신을 알리는 걸 교만하다고 여기는 문화가 있다”며 “성과를 내도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신 전 부사장이 만난 글로벌 인재는 달랐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유독 인도계 CEO가 많은데 이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기회를 스스로 만든다”며 “문화적 차이가 개인의 직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는 이들의 공통점도 소개했다. 조직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처럼 받아들이고, 주어진 일을 넘어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며, 그 성과를 적절하게 공유하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성과를 조직과 연결하고 발산하는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해야”
신 전 부사장은 “발산은 거창한 자기 홍보가 아니라 경험과 지식을 꾸준히 공유하는 작은 기록에서 시작된다”고 귀띔했다. 글쓰기와 발표, 후배 멘토링 같은 일상 속 작은 실천도 모두 발산이라는 것이다.
45세 무렵 취미로 쓰기 시작한 SNS 글이 저작물 출판과 강연 기회로 이어진 본인이 대표 사례다. 그는 “처음에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일하면서 배운 내용을 한 줄씩 기록했다”며 “사람들의 피드백이 또 다른 축적이 됐고 이를 반복하면서 나만의 브랜드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아직 전문성이 부족하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며 시작을 미루는데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쓰고, 작은 경험을 공유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1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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