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할 곳 못찾은 '낭인 회계사'…회계법인에 의무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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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수습할 곳을 구하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 구제책을 마련했다. 인공지능(AI) 도입 이후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식 공인회계사가 되는 최종 관문인 실무수습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늘어나서다.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장기 미지정 회계사를 배정한다는 게 해결책의 골자다. 하지만 선발 인원의 대폭 감축 대신 회계법인에 부담을 지우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發 회계사 수요·공급 엇박자가 원인

실습할 곳 못찾은 '낭인 회계사'…회계법인에 의무 배정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를 열고 ‘공인회계사 수습 안정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및 회계법인, 외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조치다.

문과생의 최선호 전문직 중 하나로 꼽히는 공인회계사가 되려면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다. 공인회계사법상 합격자는 회계법인 등에서 최소 1년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회계사 채용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내면서 문제가 생겼다. 회계 업무에서 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신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줄었다. 수습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곳이 늘어난 이유다. 반면 회계사 선발 인원은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합격자는 1100~1250명이었다. 그 결과 누적 미지정 회계사는 315명(4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178명은 지난해, 나머지는 그 이전 합격자다.

정부안의 뼈대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회계법인에 시험 합격 이후 2년이 경과한 미지정 회계사를 배정하는 것이다. 외부감사법에 따른 주권상장회사 감사인으로 금융위에 등록된 회계법인이 이들을 수용한다. 각 회계법인의 매출 비중에 비례해 인원을 할당하고, 해당 법인은 배정된 만큼 실무수습자를 받는다. 4대 대형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이 이 인원을 주로 소화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근책도 마련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에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를 일부 감면해줄 예정이다. 한공회는 수습 회계사의 입회금 등 회계법인이 부담하는 회비를 줄여주는 안을 검토한다. 실무수습이 가능한 기관 및 부서도 국회·법원·국민연금공단과 한국공인회계사회 추천 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익성 악화 회계법인 부담 커져

하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채용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발 인원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는 한 ‘낭인 회계사’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불거진 지 수년이 지났지만, 금융위 산하 자격제도심의위원회는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지난해 1200명, 올해 1150명으로 소폭(전년 대비 50명씩 감소) 줄이는 데 그쳤다.

회계법인들은 신규 회계사 양성이 공적 책임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회계감사 등 주요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수습 회계사의 임금을 하향 조정하거나 정규직 전환율을 낮추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견상 자율 합의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강제 배정에 가깝다”며 “현재 수습 회계사의 연봉이 5000만~6000만원 선으로 높은 편인 데다 수습 이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던 관행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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