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출신 작가 시오타 ‘리턴 투 어스’展
검고 빨간 실로 엮은 세포-인체-자연
20대 시절 마지막 유화 3점도 공개
‘타인 안의 자아’ 연작은 시오타 작가가 의료용 인체 모형을 보고 “나의 신체와 같은 구조임에도 이질적”이라고 느낀 감각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작가는 고국인 일본을 떠나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문득 자신이 이방인으로, 예전과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간다는 감각에 젖을 때가 있다고 한다.
이 감정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분리된 신체 조각 모형들을 각기 다른 크기의 틀 속에 넣고 검정과 하양, 빨강 실로 빽빽하게 엮었다. 백골이나 장기 모형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몸의 일부임에도 낯선 감각을 자아낸다.
‘세포(Cell)’ 연작은 2017년 항암 치료를 받으며 죽음과 마주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다. 장기를 연상시키는 덩어리 모양의 유리 조각 위에 철사와 실을 핏줄처럼 칭칭 감았다. 생명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조차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자신을 파괴하는 암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생명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로 향하는가를 작품은 묻는다.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인 제3전시장의 ‘리턴 투 어스’는 천장에서 흙을 깐 바닥까지 검은 실들이 내려오도록 설치됐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비롯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개념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가 “(언젠가) 내 몸은 흙이 되고, 숨결은 공기가 되며, 내 영혼은 분자 단위로 쪼개져 세상을 떠돌 것이다”라고 작가 노트에 밝힌 것처럼, 인간은 언제나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유화 3점은 작가가 20대 시절 마지막으로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작가는 원래 유화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그림을 위한 그림’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주로 실을 재료로 작업해 왔다. 작가는 “예전에 그린 유화 3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회화를 계속할 수 없었던 당시 나의 마음부터 최근의 설치 작품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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