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아리랑’에는 아리랑 선율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국악을 직접 끌어오는 대신 아리랑이 품은 정서와 이미지를 발레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음악·미디어그룹 무토(MUTO)와 안무가 최수진, 이루다가 함께 만든다.
MUTO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DJ, 거문고 연주자, K팝 1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발레 축제 섭외는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BAFEKO)의 결정이었다. 전통 국악을 현대적으로 풀어온 작업 방식이 주목받았다.
창작 방식은 기존 발레와 결이 달랐다. 안무나 음악이 아니라 대본에서 출발했다. 박훈규는 “대본 격의 글을 써서 두 안무가에게 드렸고, 어떤 안무가 진행될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선율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제목을 둘러싼 고민도 있었다. 박훈규는 “아리랑을 넣지 말자고 계속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발레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아리랑을 특정 선율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아리랑은 우리가 절망과 어려움 속에서 마음속에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큰 벽에서 비롯된다”라며 “그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중심 이미지 역시 ‘벽’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벽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이미지에서 착안했다. 박훈규는 “새벽에 길을 나와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벽처럼 느껴진다”며 “그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면 별빛 하나가 자신을 비추는 순간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보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이 ‘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부는 벽 속으로 소모되고 흡수되는 개인의 상태를, 2부는 이를 뚫고 나가려는 집단의 움직임을 그린다. 1부 안무는 최수진이 맡아 개인의 절망을 다루고, 2부는 이루다가 군무를 통해 감정의 해소와 확장을 표현한다. 박훈규는 “스토리는 만들되 안무가가 이를 이해한 뒤 서로 소통하며 풀어가는 방식을 택했다”며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전달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빈틈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 안무를 맡은 최수진은 ‘절망’이라는 키워드를 독자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무겁게 느꼈다”면서도 “절망을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전에 있었던 꿈과 희망이 크기 때문에 절망이 오는 것”이라며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나아가는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어둡거나 우울한 느낌으로만 그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루다는 이를 뚫고 나오는 과정을 그리면서 한국적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그는 “한국적인 호흡이나 태권도의 품새, 무속적 동작 등을 참고했다”며 “주인공만 토슈즈를 신고 나머지 무용수들은 한국적 움직임을 최대한 섞어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구와 타악기의 장단이 몸을 계속 뛰게 만들었다”며 “그 감각이 굿과 닮아 있다고 느꼈고, 마지막에는 한바탕 뛰어오르는 듯한 에너지로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새로 제작됐다. 박훈규는 “지난 반년 동안 열두 트랙을 오리지널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거문고, 태평소, 오케스트레이션을 결합한 구성이다. 기존 발레 음악과는 다른 질감의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다.
‘발레 아리랑’은 6월 6~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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