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사거나 구매자금을 부모에게 편법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27명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미신고 소득을 주택 구매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증여를 채무로 위장한 ‘꼼수 증여’ 등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취득한 주택은 3600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금액만 1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초반의 한 사회초년생은 서울 송파구 신도시 지역의 20억 원 상당 아파트를 사면서 상가 건물주인 아버지에게 10여억 원의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썼다. 하지만 빌린 돈을 갚는 시기를 아버지 사망 시점으로 정하고, 이자도 그때 한꺼번에 내기로 해 사실상 편법 증여에 해당한다고 국세청은 판단했다.
신고하지 않은 사업소득을 개인 주택 구입에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치과의사는 서울 서초구의 50여억 원 규모 아파트를 샀는데,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아 신고하지 않은 탈루 소득을 구매자금에 보탠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사업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관련 사업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여 소득세를 추징한다.이번 조사 대상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 또는 서울 성북구와 강서구, 경기 광명시와 구리시 등 최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지역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포함됐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사업자대출을 유용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자에 대해선 자진 시정 후 하반기(7~12월)부터 전수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부동산 불법·탈세 행위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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