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설립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한국보다 먼저 추가세수를 활용해 기금을 운용 중인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피고 구체적인 설계에 돌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할지가 성패를 가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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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아일랜드의 ‘미래아일랜드기금(FIF)’이 꼽힌다. 아일랜드는 저세율 정책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유치하고, 법인세가 크게 늘어나자 인구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미래 재정 부담에 대비하기 위해 2024년 기금을 출범했다.
한국이 추가세수 일부를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아일랜드는 법인세 규모와 관계없이 국내총생산(GDP)의 0.8%를 매년 적립하도록 설계했다.
적립기간도 2024~2035년으로 특정하고, 2041년 이후에만 인출·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단기 재정 수요에는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핵심 운용 인프라를 사전에 갖추지 못한 것은 치명적 실책으로 손꼽힌다. 투자 운용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첫 납입 후 16개월간 자금이 저수익 국채 등에 묶였고, 6억 3000만유로(약 9200억원)의 투자 기회를 놓친 것으로 평가된다.
노르웨이의 ‘정부연금기금(GPFG)’은 성공적인 장기 운용 사례로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로 막대한 오일머니가 발생하자 기금을 만들어 적립했다. 석유 판매 대금 100%를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분산 투자에 불리면서 원금에는 손대지 않고 연평균 운용 수익의 일부만 매년 꺼내 정부 일반 예산으로 쓰고 있다. 작년 기준, GPFG 기금 규모는 약 21조 크로네(약 3000조원)에 달한다.
논의 중인 미래대응기금보다는 국부펀드와 유사한 운용 방식이지만, 기금을 정치권과 독립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노르웨이는 의회가 투자 지침을 승인하고, 예상 수익률(약 3%) 내에서만 정부가 예산으로 전입할 수 있도록 엄격한 재정준칙을 세웠다. 정권이 임의로 기금을 헐어 쓸 수 없도록 정치적 방화벽을 친 덕에 안정적 자산 증식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두 나라 사례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기금의 재원보다 운용 체계와 거버넌스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 조직과 운용 원칙을 먼저 마련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금이 영구적으로 유지되기보다 경제 여견 변화에 따라 존속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일몰제 등 장치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부 사업에 국회 동의를 받게 하는 등 국회의 견제 기능을 둬야 한다”며 “경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금에 일몰제를 두고 여건에 따라 일몰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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